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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인사이드] 평택·가평·철원대첩 영광 누가 이을까

[밀리터리 인사이드] 평택·가평·철원대첩 영광 누가 이을까

입력 2015-04-07 11:36
업데이트 2015-04-2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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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통령들의 꿈의 무대 ‘걸그룹 대첩’

군 장병들에겐‘천사’,‘여신’으로 통하는 걸그룹 멤버들. 군통령이 대세로 오르는 결정적인 계기가 군 위문공연이라는 사실 아시나요? 유튜브 영상캡쳐(drighk)
군 장병들에겐‘천사’,‘여신’으로 통하는 걸그룹 멤버들. 군통령이 대세로 오르는 결정적인 계기가 군 위문공연이라는 사실 아시나요? 유튜브 영상캡쳐(drighk)


흔히 ‘대첩’이라고 하면 임진왜란 3대 대첩인 행주대첩, 한산도대첩, 진주대첩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 다소 생소한 ‘3대 대첩’이 있습니다. 바로 평택대첩, 가평대첩, 철원대첩인데요. 역사책에도 없는 3대 대첩이라니. 많은 분들이 “이게 뭐지?”하고 의아하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난데없이 왜 역사 공부를 하라는 건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김상중씨 톤으로 말씀드리자면, 그런데 말입니다.

군 장병과 예비역들에게는 임진왜란 3대 대첩 만큼, 아니 오히려 더 익숙한 대첩이라고 합니다. 총·칼 하나 사용하지 않고 사상자도 없이 참가한 모두가 빛나는 승리를 거뒀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 힌트를 드리면 살짝 눈치채는 분들도 있겠네요. 바로 ‘군통령’들의 꿈의 무대인 ‘걸그룹 3대 대첩’입니다. 여기서 “소녀시대 ‘한양대첩’을 왜 빼느냐”고 화를 내는 팬들도 있겠지만 전 군 장병 위문공연만 거론하겠습니다.

2011년 씨스타의 경기 평택 2함대 SBS 라디오 공개 공연 당시 열광적인 장병들의 반응을 본 많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주목할 만한 위문공연에서 ‘대첩’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씨스타는 이미 당시에도 대세로 통했죠. 쏘쿨 뮤직비디오 영상 캡쳐.
2011년 씨스타의 경기 평택 2함대 SBS 라디오 공개 공연 당시 열광적인 장병들의 반응을 본 많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주목할 만한 위문공연에서 ‘대첩’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씨스타는 이미 당시에도 대세로 통했죠. 쏘쿨 뮤직비디오 영상 캡쳐.


2011년 9월 6일 경기 평택 2함대. 푹푹 찌는 날씨에도 우리 해군 장병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렸습니다. 피켓에다 플래카드까지 정성을 다한 손글씨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누가 등장했을까요. 이날 무대에서 단연 이목을 끈 걸그룹은 당시 최고 주가를 올리던 ‘씨스타’였습니다. 무대에 가까운 쪽부터 마치 사자후를 연상케 하는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고, 모든 장병들의 얼굴은 열기로 달아올랐습니다.

‘군통령’을 ‘대세’로 밀어올리는 ‘위문공연의 힘’

씨스타는 강렬한 댄스와 함께 ‘쏘 쿨’, ‘마 보이’ 등 히트곡을 열창했고, 장병들은 악을 쓰듯 떼창으로 화답했습니다. 보통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어 무대를 가리면 뒤쪽에서는 욕설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날 장병들은 그렇게 여유를 부릴 겨를조차 없을 만큼 분위기가 과열됐다고 합니다. 씨스타는 공연을 마친 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지만 장병들은 “앵콜!”을 연호하며 이 행복한 시간이 정지되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SBS 라디오 공개방송으로 마련돼 에이핑크, 달샤벳, 주얼리, 나인뮤지스 등 다른 많은 걸그룹이 출연했지만 대세는 역시 씨스타였습니다.

씨스타 다음으로 대첩을 쓴 것은 헬로비너스였습니다. 2012년 6월 장병들이 얼마나 기뻤는 지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는 영상이 화제가 됐는데요. 바로‘가평대첩’입니다. 유튜브 영상캡쳐(pharkil)
씨스타 다음으로 대첩을 쓴 것은 헬로비너스였습니다. 2012년 6월 장병들이 얼마나 기뻤는 지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는 영상이 화제가 됐는데요. 바로‘가평대첩’입니다. 유튜브 영상캡쳐(pharkil)


이듬해 6월 18일 경기 가평의 한 군부대. 이번엔 육군입니다. 이날 국군방송 위문열차 공개방송을 지켜보는 장병들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무대 사회자가 “실력과 외모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가요계의 여신! 헬로비너스의 무대입니다!”라고 외치자 흡사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듯 장병들이 튀어올랐고, 헬로비너스는 히트곡 ‘비너스’를 열창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병들이 환호하는 공연장 모습을 누군가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헬로비너스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죠. ‘가평대첩’과 관련한 입소문이 이어져 헬로비너스는 장병들이 뜨거운 여름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줄 또 하나의 군통령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2013년 11월 4일. 국군방송 위문열차는 좀 더 동쪽으로 이동해 강원도 철원으로 갔습니다. 여기서 또 역사가 탄생하게 되는데 바로 AOA의 ‘철원대첩’입니다. AOA의 히트곡 ‘흔들려’는 섹시한 안무가 인상적인 곡인데, 한창 혈기왕성한 장병들의 눈앞에 그 무대가 펼쳐졌으니 설명하지 않아도 반응이 어땠을 지 상상이 될 겁니다. 특히 포인트 안무인 ‘입술 춤’과 ‘스트레칭 춤’이 나오자 휘파람이 난무하고 장병들의 함성 때문에 철원 전체가 들썩들썩할 정도였습니다. ‘여신의 강림’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는데요. 당시 영상이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공개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실제 영상을 보면 장병들의 함성으로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지난해 10월 8일에는 여러분도 잘 아는 ‘EXID 하니 직캠 영상’이 만들어져 EXID를 대세로 밀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11월 공개된 ‘파주 한마음 위문공연’이라는 이름의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가 지금까지 1200만회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사실 EXID는 앞서 8월 신곡 ‘위아래’를 내놨지만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요.

2013년 AOA의‘철원대첩’으로 걸그룹 위문공연은 그야말로 르네상스를 맞게 됩니다.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장병들이 목이 쉬어라 함성을 질렀다고 하죠. 유튜브 영상캡쳐(drighk)
2013년 AOA의‘철원대첩’으로 걸그룹 위문공연은 그야말로 르네상스를 맞게 됩니다.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장병들이 목이 쉬어라 함성을 질렀다고 하죠. 유튜브 영상캡쳐(drighk)


9월 말부터 군부대 위문공연에 주력하면서 누구도 상상 못했던 결과를 얻게 됩니다. 11월 들어 방송활동을 마치려는 시점에 이 공연 영상이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차트 강제 소환’, ‘차트 역주행’, ‘음악프로그램 1위’라는 신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영상은 멤버 하니의 섹시한 안무 위주로 촬영됐지만 당시 공연을 관람했던 장병들은 당시 이미 EXID를 군통령으로 올려놨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고 합니다. ‘대첩’이라는 단어는 붙지 않았지만 군 위문공연의 영향력이 얼마나 높은 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팬들의 열정과 장병들의 함성이 어우러져 빚어낸 ‘꿈의 무대’

걸그룹 대첩의 역사를 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군 위문공연의 특수성 때문에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공연 영상이 공개되면서 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는 점인데요. 팬이 자발적으로 올린 영상이 ‘군통령’에서 ‘대세’로 영역을 확장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우레와 같은 장병들의 열렬한 응원 영향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1200만 조회수를 자랑하는‘하니 직캠영상’도 경기 파주 군 위문공연에서 나왔다는 사실 아시나요. 차트 역주행과 함께 대세로 떠오르게 됩니다. 유튜브 영상캡쳐(pharkil)
1200만 조회수를 자랑하는‘하니 직캠영상’도 경기 파주 군 위문공연에서 나왔다는 사실 아시나요. 차트 역주행과 함께 대세로 떠오르게 됩니다. 유튜브 영상캡쳐(pharkil)


하지만 갑자기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EXID의 사례에서 보듯이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합니다. 그래서 물 위에 떠 있는 우아한 백조가 수면 아래에 있는 발을 열심이 젓듯이 수많은 걸그룹들이 ‘군통령’에 오르기 위해 쉴틈없이 강행군을 하고 있는 것이겠죠.

과연 올해는 누가 대첩을 쓰게 될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이 기사를 군에서 본다면 행사를 추진하기 전 여러분의 댓글을 참고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병들도 마음 속으로 “우리 부대로 공연을 왔으면…”하는 바람이겠죠. 군 관계자들도 사기 진작에 걸그룹 위문 공연만한 것이 없다고 대체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열광적인 장병들의 함성과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그들이‘대세’로 오를 수 있었을 겁니다. 올해는 과연 누가‘대첩’을 쓰게 될까요. 저도 기대됩니다. 유튜브 영상캡쳐(newsbrothers)
열광적인 장병들의 함성과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그들이‘대세’로 오를 수 있었을 겁니다. 올해는 과연 누가‘대첩’을 쓰게 될까요. 저도 기대됩니다. 유튜브 영상캡쳐(newsbrothers)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장병들은 꼭 대세가 된 유명 걸그룹에게만 환호를 보내진 않는다고 합니다. 비록 신인이어서 실수도 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도 장병들의 눈에는 모두 ‘여신’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제대하면 이들이 걸그룹을 떠받치는 열혈팬이 되겠지요. 새로운 역사가 기대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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