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 ‘시 공간’이 열린다

심혜리 기자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주인은 유희경 시인

7일 문 열어…내일 오픈 기념 첫 낭독회 마련

유희경 시인이 오는 7일 문을 여는 시집 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내부.  유희경 시인 제공

유희경 시인이 오는 7일 문을 여는 시집 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내부. 유희경 시인 제공

대학들이 밀집해 있음에도 책방을 보기 쉽지 않은 서울 신촌에 ‘시집 서점’이 생긴다.

문화보다 소비와 상업이 중심인 지역에서 담대하게 시집을 전문적으로 하는 책방 ‘위트 앤 시니컬(wit n cynical)’을 내는 주인장은 젊은 시인 유희경(36·사진)이다.

그는 시집 <오늘 아침 단어>(문학과지성사)와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대림미술관)을 냈고, ‘2011 올해의 젊은 시인상’을 받기도 했다. 시인이 서점 운영을 생각한 것은 지난해다. 지난해 망막에 문제가 생겨 다니고 있던 출판사를 더 이상 나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고민을 했죠.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러다가 최근 작은 서점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시집만 파는 서점이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시집 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은 7일 신촌기차역 앞 건물에 있는 카페 한쪽에서 문을 연다. 카페의 사장이 소문을 듣고 3평 남짓한 공간 일부를 내주지 않았더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시집 서점은 누가 생각을 못한 게 아니라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이익이 전혀 남지 않는 장사니까요.”

신촌에 ‘시 공간’이 열린다

시인은 서점 운영을 길면 2년 정도로 내다본다고 말한다. “시집 한 권을 팔면 2400원이 남아요. 1000권을 팔아야 240만원이 나옵니다.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데까지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를 읽을 수 있고, 시 강독회를 열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시집 서점 아저씨가 될 때까지 계속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바람이지만요.”

책방 이름, 위트 앤 시니컬은 동료 시인의 ‘잘못 들은 말’이 계기가 됐다. “제가 발음이 좋지 않아서 한번은 ‘위트 있는 시’라고 한 말에 하재연 시인이 ‘위트 앤 시니컬?’이라고 되물어서 우리끼리 폭소하다 헤어졌어요. 명사와 형용사의 조합이라 문법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사실 모든 시가 재치와 냉소를 갖잖아요.” 서점의 이름은 그렇게 붙여졌다.

서점의 정식 개점에 앞서 기념행사 성격으로 2일 첫 낭독회도 열린다. 시집 서점을 제안하기도 했던 김소연 시인이 첫 낭독회의 주인공이다. 낭독회 35석은 유료이지만 이미 매진된 상태다. 김소연 시인에 이어 9일, 16일, 23일에 각각 허연, 박준, 황인찬 시인이 차례로 시 낭독회를 가질 예정이다.

시인은 개점을 하고 당분간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시집들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할 생각이다. 그는 “그동안 발굴되지 않았던 시집들, 혹은 문인들의 첫 시집들, 또 어려워서 피했던 희소한 외국 시집들 중심으로 시의 계보를 큐레이션해보고 싶다”며 “절판된 책도 많아서 중고 서점을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먼저 들여놓고 싶은 시집은 소설가 성석제의 절판된 시집 2권이다. 책방 안에는 모두 2000여권의 시집이 비치될 예정이다.

서점 주인장이 된 유희경 시인은 말했다. “먼 훗날 사람들이 아름다웠던 곳으로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곳에서 시를 읽다 만난 커플이 결혼해 저에게 주례를 서달라고 할 수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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