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징용피해자 현금화 절차 개시, 한·일 정부는 파국 막아야

2020.06.05 03:00 입력 2020.06.05 03:07 수정

한국 법원이 강제징용 가해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압류결정문의 ‘공시송달’을 결정하면서 해당 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 절차가 개시됐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1일 포스코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합작회사인 피앤알(PNR)에 대한 압류명령 결정 등의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공시송달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두 달 후인 8월4일 효력이 발생하면 법원은 이때부터 PNR 주식을 강제 매각해 현금화하라고 명령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의 자산매각 시 보복조치를 예고해온 터라 한·일 간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갈등을 뛰어넘는 외교 격랑이 우려된다.

이번 공시송달 결정의 의미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의 재산을 처분함으로써 현금화하는 단계로 들어간 것이다. 일본은 이 조치가 가동하면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응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한·일 간 갈등을 폭발시킬 시한폭탄의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4일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대응하겠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 보복조치를 거론했다. 일본이 선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일 양국 관계의 파국을 막기 위한 외교적 해법이 절실하다. 하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1+1(한·일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위자료 지급)’ 방안은 물론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해온 한·일 양국 변호사·시민단체가 올 초 문제해결을 위한 양국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방안도 거부했다.

송달절차가 시작돼도 채무자 심문과 자산평가 등 후속 절차가 남아있어 실제 현금화까지는 시일이 소요된다. 양국은 이 사이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단 국내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피해당사자와 변호사·시민단체 간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회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권은 나서봐야 득될 게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이 한·일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새겨야 한다.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조치가 자국 기업들 매출만 격감시키는 부메랑이 됐음을 돌아보고 추가 보복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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