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7 여당 공천 파동

“나도 국민도 속았다”던 박 대통령, 두 얼굴의 ‘보복 공천’

이용욱·이지선 기자

2008년 친이계 ‘공천 학살’ 맹비판…이젠 정반대 입장

이한구·최경환, 청 업고 전횡…내부서도 “정말 무섭다”

새누리당 ‘3·15 공천 학살’ 후 박근혜 대통령의 이중적 모습이 논란이 되고 있다. 2008년 4월 총선 당시 친이계 주도 공천 학살에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작심 비판했던 박 대통령이 거꾸로 이번 친박계의 ‘반대세력 솎아내기’ 정점에 있다는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지난해 6월25일)며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내고,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게 해달라”(11월10일)고 한 이후 친박 주도 물갈이가 본격화한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2008년 총선 공천 국면 때 한 발언들은 지금과 정반대로 대조된다.

<b>‘공천 배제’ 억울한 주호영</b> 4·13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이 16일 오전 국회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공천 배제’ 억울한 주호영 4·13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이 16일 오전 국회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박 대통령은 2008년 1월10일 총선 불출마 및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용갑 전 의원 위로연에서 “사당화, 즉 공천에 사심이 개입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해 1월31일 기자들과 만나서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특정 계파) 입맛에 맞춰 (공천)해서는 안된다. 국민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해 3월14일엔 영남권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기준도 없는 표적 공천에 희생당한 여러분을 보니 내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고, 23일 기자회견에선 “결국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권력이 정의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비판했던 당시 친이계 주류의 행태는 지금 완장 찬 친박들에 의해 그대로, 더 강도 높게 반복된 꼴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내세운 공천기준은 이유와 명분이 절대 빈약하다. 우선 유승민 의원과 유승민계 의원을 솎아내기 위해 “당 정체성과 어긋난다”고 했던 친박들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이 대통령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것’을 규정한 당헌 8조에 어긋난다는 논리대로라면 이명박 정부에서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주도한 박 대통령은 19대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없었다.

반면 ‘피의 일요일’에 희생된 조해진·이종훈 의원 등은 의정활동 평가 및 지역 경쟁력도 높았다. 이재오 의원은 서울 강북지역에 몇 안되는 새누리당 의원이지만,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컷오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대신해 꽂은 후보들은 ‘진박’이라는 이름표를 단 것 외에 전혀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여론의 호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경선 대신 ‘컷오프’라는 공천 학살 방식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만들어주는 상황인 셈이다. 청와대는 19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라 했지만, 20대 국회는 ‘더한’ 수준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공천과 무관하다”며 침묵했지만, 친박 전횡 배후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는 지적이 여권에서 나온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당 대표도 무시한 채 밀어붙이고, 최경환 의원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노골적인 진박 지원에 나선 것도 청와대 권위를 등에 업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새누리당은 들끓었다. 한 관계자는 “이건 사천이라고 말하기도 뭣하다. 그냥 보복공천이다. 다들 대통령에게 실망했다”고 했다. 당내에선 “정말 무서운 정치놀음” “결국 욕하면서 배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서울 등 수도권 민심에 이반하는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특히 강남지역을 제외한 서울의 여당 의원들 절대다수가 비박계인 점을 감안하면, 여권 주류가 비박계 의원들과 후보들을 외면하거나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여권 주류가 당을 친위세력으로 재편해 집권 후반기를 대비하는 것은 물론 대통령 퇴임 이후까지 대비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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