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패와 교통안전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교통안전 관리수준을 여실히 보여줬다. 선박의 안전한 운행기준은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낮은 준법의식과 이를 용인하는 부패관행이 사고 원인이다. 필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경험한 것에 비추면 이런 부패관행은 연간 5000여명씩 죽어가는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OECD 33개 회원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에 속하고, 교통안전지표인 차량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도 2013년 2.4명으로 회원국 중 꼴찌이기 때문이다.

도로 교통사고율은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이 높다. 소득이 낮은 국가일수록 중고차 운행비율이 높고 도로 포장상태도 열악해서다. 뇌물로 면허증을 사기도 하고, 법규를 위반해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국민소득이 오르면서 개선된다. 새 차가 늘어나고 도로는 잘 정비된다. 자동차 문화도 향상된다. 그만큼 교통사고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올라간다고 교통안전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1982년부터 2000년까지 77개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득의 증가와 함께 부패가 개선되지 않으면 교통안전도 향상되지 않는다. 한국은 OECD 가입 이후 18년간 교통안전부문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총생산 순위에서는 OECD 국가 중 11위로 상위권에 속한다. 경제발전만으로는 교통안전 선진국이 되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셈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국토면적이 비슷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차량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각각 0.6, 1.2명이다. 혹자는 그 원인을 부패수준에서 찾는다. OECD 국가 중 부패인식지수 순위가 각각 6위와 16위로 벨기에의 부패 수준이 더 나쁘다.

교통사고는 사회적 부패 정도가 심할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준법의식이 낮아져 법규를 지키기보다 비용이 더 적게 드는 다른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부패가 심할수록 음주운전, 과속, 신호위반, 과적 등 법규를 무시하는 관행도 만연하게 된다. 부패가 낮은 덴마크, 뉴질랜드, 핀란드, 스웨덴 등은 모두 교통안전 선진국이다.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음에도 도로 교통사고가 많은 것은 사회적 관행으로 용인돼온 부패에 있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부패척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사회적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분명 도로교통안전에도 기여를 할 것이다. 부패 없는 나라가 안전하다.

한상진 <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