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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부장` 자립 1년 성과 있었지만 아직 갈 길 멀다

입력 : 
2020-06-30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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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감광액) 등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선 지 내일이면 1년이다. 지난해 7월 1일 갑자기 닥친 금수 조치로 소재 조달이 끊길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당황했고 대규모 피해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컸다. 일본이 일제 강제징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핑계로 댔지만 이참에 한국 주도의 반도체 시장을 뒤집겠다는 의중도 작용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다행히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발 빠르게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국산화에 나서면서 상황은 전화위복이 됐다.

무엇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협력사들이 일본산 소재를 대체할 제품 개발에 매진한 덕분이다. SK머티리얼즈는 이달 중순에 초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양산에 들어가 납품을 시작했고, 동진쎄미켐·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은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국산화를 진행 중이다. 일본 기업들이 공급을 주도하는 불화수소 제품을 우리 기업들은 1년도 채 안 걸려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과 미국에서 수입을 늘리고 공정 개선 등으로 생산 차질을 피해 증시에서 평가도 좋다.

오히려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 등 공급에서 선두였던 일본 기업들이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20~30% 줄어들며 작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지난 1년간 첨단소재 국산화가 성과를 낸 데는 정부와 기업들이 의기투합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자립에 적극 나선 결과다. 하지만 이 정도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많아 갈 길이 멀다. 실리콘 웨이퍼를 비롯해 일부 공정에서 사용되는 반도체 원자재는 대일 수입 비중이 아직 높고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정부가 당장 소부장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지원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관련 기업들이 애로를 겪지 않게 꾸준히 지원해가면서 세계 시장에서 일본 대체품을 확실히 구축할 때까지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도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일본의 2차 수출 규제 우려도 고개를 든 만큼 상황별 대응책을 꼼꼼하게 마련해 대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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