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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자체 고삐 풀린 현금 살포 뒷감당 어찌 하려 하나

입력 : 
2019-12-16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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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간에 현금을 푸는 복지사업이 경쟁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우려된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 후 중앙정부에 보조를 맞추듯 지자체마다 신설하는 보편적 현금 복지사업이 줄을 잇고 있다. 원주시는 85세 이상 조부모를 포함해 3대가 함께 사는 가구에 분기별로 5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효행장려금을 시행 중이다. 서울 강동구·서대문구, 충남 공주와 경기 과천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다. 전남 구례군은 99세 노인에게 생일 선물로 20만원을 지급한다. 99세 이상 노인 사망 땐 장례비 20만원도 지원한다. 전남 해남군에서 시작한 농민수당은 충남 부여군, 경북 청송군 등으로 한 달 새 40여 곳에 확산됐다. 전남 영광군에서 시작한 출산장려금은 224곳의 지자체에서 도입했다. 문제는 낮은 재정자립도로 많게는 전체 예산의 3분의 2를 중앙정부에서 얻어다 쓰는 지자체가 과도한 복지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의 포퓰리즘 정책을 제지해야 할 중앙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점은 더 큰 문제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하면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 땐 보건복지부 장관과 사회보장심의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연도별 사회보장심의협의 결과를 보면 올해의 경우 9월까지 지자체가 보건복지부에 신청한 신설 복지사업 556건 중 추진 보류는 1건에 그쳤다. 2018년의 경우 763건 중 미추진은 32건에 불과했다. 지자체 신설 복지사업의 타당성과 중앙정부와의 중복 여부 등을 심사하고 조정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하는 셈이다.

지자체의 복지용 현금 살포는 재정 악화를 초래하고 수혜자 간 형평성 시비까지 낳는다. 농민수당에 대해 어업인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대표적이다. 일부 지자체는 복지 지출 때문에 도로 개보수나 지역 현안 사업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복지 지출에 재정이 파탄 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건가. 지자체 복지사업 중 아동수당, 청년구직지원, 고용장려금 등은 중앙정부 사업과 중복된다. 올해 지자체 복지사업 총예산 84조7200억원 가운데 88.2%가 국고보조로 예산을 충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앙정부와 유사한 사업은 속히 정리하고 정책별로 실행 주체를 구분해야 한다. 지자체든 중앙정부든 현금성 복지 지원은 한번 시행되면 줄이거나 없애기 어려운 만큼 신설할 때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명확한 목표와 대상을 설정한 맞춤형 정책이 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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