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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미 뚫린 코로나19 방역망, 이대론 빠른 확산 막을 수 없다

입력 : 
2020-02-20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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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심각해지고 있다. 어제 하루에만 확진자가 수십 명 늘었는데 이 중 상당수는 31번 환자와 관련이 있었지만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환자도 많았다. 해외 여행을 하지도 않았고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는데도 감염된 사례가 속출하며 사실상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정부도 어제 지역사회 확산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 좀 더 적극적인 방역이 필요하다.

일찌감치 지역사회 감염 경고가 있었는데 방역망이 뚫린 것은 너무 일찍 긴장의 끈을 놓은 탓이 크다. 28번 환자 이후 며칠 동안 확진자가 없자 사태가 진정된 것으로 보고 방심했던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고 정부도 지나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확진자 접촉이나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었던 29번, 30번 환자가 나오고 대구에서 집단 감염 사례까지 보고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권고는 무색해졌다. 코로나19 공포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고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했던 말이 방역을 느슨하게 만든 꼴이 됐다. 정부는 섣부른 낙관론을 펼칠 게 아니라 감시체계를 더 강화해 의심환자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격리 조치하는 '과잉 대응' 체제를 유지했어야 했다.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 이상 지금의 방역 시스템으로는 빠른 확산을 막을 수 없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자에 대한 방역망을 더욱 촘촘히 짜는 동시에 확진자에 대한 격리 수준을 넘어 의심환자 조기 발견과 진단, 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방역체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특히 기저 질환자와 고령자 등 고위험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담 의료기관과 장비를 신속하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도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같은 개인 위생을 철저하게 지키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외출을 자제하고 방역당국에 적극 알려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모두 힘을 합쳐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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