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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농단 연루` 현직 판사들 1심 무죄, 무리한 기소 아닌가

입력 : 
2020-02-14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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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3명이 어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한 첫 판결로, 법원이 이들의 행위를 '정당한 직무'로 판단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법원이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 및 기소가 처음부터 정권 외압에 따른 무리수가 아니었느냐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3명의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당시 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었던 신 판사가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조의연·성창호 영장전담판사로부터 수사 정보를 보고받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것은 통상적인 사법행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정보 역시 당시 검찰이 언론에 알려준 수사 상황 등과 비교할 때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크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사법부를 향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법원행정처 지시를 받고 조직적으로 '수사 기밀'을 파악하고 유출했다는 검찰 주장을 모두 일축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1심 선고여서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 더구나 여권이 판결에 반발해 '사법 개혁'을 명분으로 법원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날 법정에 선 성 판사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재판장으로, 작년 1월 김 지사를 법정구속했다가 판결 한 달 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전격 기소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정치 보복'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법원이 사법농단 재판과 관련해 동료 판사라는 이유로 온정을 베푸는 것은 안 될 일이다. 하지만 검찰이 적폐 수사 과정에서 정권에 비우호적인 판사들을 겨냥해 정당한 직무까지 '사법 적폐'로 몰아붙여 무리하게 기소한 것은 엄정하게 걸러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법치와 정의를 수호하는 사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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