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판사들이 지난 1일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앞으로 유사한 의견이 계속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초 한 판사가 법원행정처 간부로부터 들었다는 전언(傳言)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동향 파악 의혹'이었으나 특정 서클 출신 판사들이 '블랙리스트'로 키웠다. 조사 결과 블랙리스트가 없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표적을 옮겨 2차, 3차 조사를 벌였고 그래도 블랙리스트가 나오지 않자 이번엔 '재판 거래' 의혹으로 타깃을 바꿨다.

재판 거래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립에 부정적인 박근혜 정권을 설득하기 위해 특정 사건 판결을 카드로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것은 형사 고발 정도가 아니라 대법원 스스로 문을 닫겠다고 선언해야 할 사안이다.

법원 조사단이 공개한 자료들을 보면 법원행정처가 청와대를 설득하기 위해 여러 궁리를 했고, 때로 청와대 관계자와 접촉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청와대에 립 서비스를 했다거나 판결에 따른 경우의 수를 따져 유불리를 분석한 것이다. 또 행정처가 청와대를 설득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문건에 나오는 16건 판결들 가운데 7건은 '상고법원 추진 방침'이 처음 거론된 2014년 6월 이전에 이미 판결이 끝난 사안이다. 이명박 정부 때 내린 판결도 있다. 이미 확정판결까지 나온 재판에 어떻게 '개입'을 하고 '거래'를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대법관들이 지금껏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뭔가가 있는 듯한 지금 분위기는 결국 이 때문이다. 대법원에는 그 판결들에 참여했던 대법관이 7명 있다. 대법관들이 나서 이 사실을 밝히고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