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극우 돈 받고 유엔서 역사왜곡한 <반일 종족주의> 저자

2019.08.26 20:35 입력 2019.08.26 20:36 수정

인권을 다루는 유엔 상설회의에서 지난달 2일 한국 학자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노무자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에 갔고, 전쟁 기간 쉽고 편한 삶을 살았으며, 징병도 합법적이었다고 했다. 역사적 사실을 뒤집어 ‘망언’을 쏟아낸 이는 식민사관으로 써내려간 책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저자 이우연씨다. 그에게 유엔 인권이사회에 가자고 제안하고, 스위스 제네바 5박6일 체류비와 항공료를 댄 곳은 일본 극우단체 ICSA(국제경력지원협회)였다. “위안부 강제동원은 거짓이고 돈을 요구하려는 것”이라고 억지를 부려온 단체다. 이 단체의 활동가 후지키 슌이치와 이씨는 제네바 행동이 ‘공동작품’임을 인정했다. 일본 극우가 기획·협찬하고, 한국 극우가 대변인·얼굴 노릇을 한 꼴이다. 하필 그날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예고한 다음날이었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책 <반일 종족주의> 저자 6명은 올해 안에 일본판 출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책에 묶인 저자들의 온라인 강의 영상엔 처음부터 일본어 자막이 달렸고, 일본판 저작권도 계약서에 명시했다. 징용자 동원엔 강제성이 없고,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고 왜곡·조작한 책이다. 일본, 그것도 ‘우익의 눈’을 대변한 책이나 발언에 사실관계를 세세히 다툴 일은 없다. 조선인들이 1000m 해저 막장에 끌려가 죽은 ‘지옥섬’ 군함도만 봐도 그렇고, 10대 소년·소녀 얘기로 시작되는 징용·위안부 증언이 넘친다. 그럼에도 경계는 늦출 수 없다. 문제의 식민사관 책이 광복절 즈음에 호기심까지 겹쳐 베스트셀러가 됐다. 극소수라도 등 뒤에서 쏘는 총알을 일본이 악용할 것은 불문가지다. 툭하면 “학자적 소신”으로 포장하는 친일 마케팅의 주도 인물과 위험성을 더 드러낼 때가 됐다.

지난 3월 경향신문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국인 활동가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왔다. ‘언젠가 위안부 없는 위안부 운동 시대가 온다’는 기사를 잘 봤다며 일본이 그걸 노리고 있다고 일깨웠다. 위안부 기림비와 교육을 방해하는 데 일본이 얼마나 많은 돈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는지 알리면서다. 일본·한국의 극우가 부창부수하는 역사전쟁의 집요함이 더해지고 있다. 2006년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펴낸 국내 뉴라이트 사학자들이 국정교과서에 실패하고 이젠 책과 국제무대에서 대중적 선전 활동에 나섰다. 말은 점점 노골적이고, “단어 하나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썼다”(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얼굴은 두꺼워진다. 사실과 엇가는 말과 글은 사상누각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친일 행각’,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알리고 두렵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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