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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창동은 아직 도심 재개발 따위와는 관계없이 미로 같은 골목길을 가진 동네다. 주변에 워낙 사무실도 많고 꽤 규모가 큰 상권이라 골목마다 상당한 내공의 노포들이 숨어 있다. 생태탕과 해물이 잔뜩 있는 ‘속초집’, 메밀국수집 ‘송옥’, 칼국수집 '현대옥', '전주회관', '전주유할머니비빔밥' 그리고 고추장 양념구이를 내는 ‘삼성집’, ‘동굴집’, ‘남매집’, 모두 30~50년 동안 북창동에 자리 잡고 있는 노포들이다.
고추장 양념구이는 돼지 등심을 동그랗게 말아서 냉동시킨 다음, 얇게 썰어 고추장 양념에 무쳐 숯불에 구워 먹는다. 같은 골목에 세 집이 자리 잡고 모두 원조라고 하는데 사실 우열을 가리긴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없다. 어느 집을 가도 좋고, 동굴집 고기가 더 두꺼운 편이라 씹는 맛은 더 좋은 듯 하지만, 굳이 남매집을 찾는 것은 처음부터 이 집의 양념 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인 듯하다. 다닥다닥 붙인 테이블이 1층과 2층에 각각 6~7개 정도 있고 회전이 빠른 편이라 5시 무렵부터 붐비기 시작해 7시 정도면 벌써 한 두 번 회전이 되었을 것이다.
메뉴라고는 돼지 등심구이 동그랑땡(양념, 소금)과 꼼장어 구이뿐. 상차림도 파채 무침과 상추, 깻잎, 마늘절임, 양파, 신맛이 강한 오이 냉국으로 간단하다. 동그랗게 썰어진 돼지등심은 얇아서 석쇠 위에 올려놓자마자 고추장 양념과 함께 지글지글 빠르게 익는다. 자칫 한눈이라도 팔면 양념 때문에 금방 타버린다. 양념은 좀 강한 맛이지만 뒷맛은 텁텁하지 않으니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지는 않은 듯 싶다. 삼겹살과 달리 가벼우면서도 살짝 낀 지방 때문에 쫄깃거리는 돼지고기의 맛을 제법 즐길 수 있다. 파채와 먹어도 좋고, 상추와 깻잎에 파채를 넣고 싸 먹어도 좋다. 매콤 달콤한 고추장 베이스 양념 맛이 깻잎의 강한 향에도 물러서지 않을 정도로 맛을 내준다. 밥 한 그릇을 시켜 흰 쌀밥 한 숟가락에 고기와 파채를 올려 먹으면 꽤 환상적인 궁합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1인분 200g 12,000원이라는 가격, 양이 큰 사람도 2인분이면 충분하다. 부담 없이 맛있는 돼지고기 안주와 소주 한잔 마시기 좋은 곳이다. 그러니 참숯이 아니라는 불평은 하지 말도록···

프라자호텔 뒤에 펼쳐진 북창동 먹자골목에 있다 (02-777-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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