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코벤져스’ 간호사들 “방호복 첫 만남 기겁…동료애로 버팁니다”

2020.03.20 06:00 입력 2020.03.20 10:00 수정

대구 재활원에서 올라온 중증장애인 돌보는 간호사들

<b>그대는 지금 영웅을 보고 있습니다…그 이름은 ‘코벤져스’</b>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돼 온 중증장애인 5명을 돌보는 이선숙 파트장(왼쪽)과 유은희 간호사가 지난 16일 음압병상으로 올라가기 전 거울 앞에서 레벨D 방호복을 점검하고 있다. 이들은 병원 내에서 ‘코벤져스’(코로나19를 물리치는 영웅들)로 불린다. 거울 위에 ‘그대는 지금 영웅을 보고 있습니다’라는 응원문구가 붙어 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그대는 지금 영웅을 보고 있습니다…그 이름은 ‘코벤져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돼 온 중증장애인 5명을 돌보는 이선숙 파트장(왼쪽)과 유은희 간호사가 지난 16일 음압병상으로 올라가기 전 거울 앞에서 레벨D 방호복을 점검하고 있다. 이들은 병원 내에서 ‘코벤져스’(코로나19를 물리치는 영웅들)로 불린다. 거울 위에 ‘그대는 지금 영웅을 보고 있습니다’라는 응원문구가 붙어 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대구 성보재활원에서 올라온 중증장애인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본관 7층 상황실 문 앞에는 ‘코벤져스(코로나19 물리치는 간호사들)’라고 쓰인 단체사진이 붙어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대구 성보재활원에서 올라온 중증장애인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본관 7층 상황실 문 앞에는 ‘코벤져스(코로나19 물리치는 간호사들)’라고 쓰인 단체사진이 붙어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코벤져스.’

서울의료원 7층에 있는 의료진 상황실 출입문에는 이 네 글자를 크게 쓴 사진이 붙어 있다. 사진 속에서 하얀색 레벨D 방호복과 고글로 전신을 가린 채 눈만 빼꼼 내놓은 간호사 10여명이 병실 복도에 모여 V자를 그리고 있다. 121병동에서 근무하는 이선숙 파트장(간호사)은 “우리 간호사들이 코로나를 물리치는 어벤져스(히어로들)라는 뜻”이라며 웃었다.

대구 성보재활원에서 올라온 중증장애인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이 지난 16일에 본관 7층 상황실에 모여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 상황실 문앞에는 ‘코벤져스(코로나19 물리치는 간호사들)’라고 쓰인 단체사진이 붙어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대구 성보재활원에서 올라온 중증장애인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이 지난 16일에 본관 7층 상황실에 모여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 상황실 문앞에는 ‘코벤져스(코로나19 물리치는 간호사들)’라고 쓰인 단체사진이 붙어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서울 중랑구에 있는 서울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이다. 음압격리병동뿐 아니라 본관 병실도 다 비워서 코로나19 환자들만 받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은 대구 성보재활원에서 올라온 중증장애인 환자를 포함해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지난 16일 본관 7층 상황실에서 한 간호사가 동료 간호사의 방호복 착용 상태를 점검해주고 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은 대구 성보재활원에서 올라온 중증장애인 환자를 포함해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지난 16일 본관 7층 상황실에서 한 간호사가 동료 간호사의 방호복 착용 상태를 점검해주고 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특히 이달 초에는 조금 더 신경 써서 돌봐야 하는 환자들이 본관 12층의 121병동에 입원했다. 대구 성보재활원에서 온 중증장애인 환자 5명이다. 코로나19는 경증이지만 고혈압·당뇨·뇌전증 등 기저질환이 있어 입원 치료가 필요한데 대구에 병상이 모자라 서울의료원까지 오게 됐다. 현재 간호사 6명·간호조무사 4명이 한 조를 이룬 총 3개조가 교대근무를 하면서 일반 환자 10여명과 성보재활원 환자 5명을 돌보고 있다.

“비장애인 환자들하고 크게 다를 건 없는데 처음엔 여기에 온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시니까 그걸 이해시켜드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죠.”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의 유은희 간호사가 지난 16일 오후 환자를 돌보러 병실에 올라가기 전에 방호복 착용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의 유은희 간호사가 지난 16일 오후 환자를 돌보러 병실에 올라가기 전에 방호복 착용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의 간호사들이 지난 16일 레벨D방호복을 입고 환자가 있는 음압병실로 향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의 간호사들이 지난 16일 레벨D방호복을 입고 환자가 있는 음압병실로 향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대구 성보재활원에서 올라온 중증장애인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이 지난 16일에 본관 7층 상황실에서 환자들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방호복을 입고 12층 병동으로 뛰어올라가야 한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대구 성보재활원에서 올라온 중증장애인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이 지난 16일에 본관 7층 상황실에서 환자들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방호복을 입고 12층 병동으로 뛰어올라가야 한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지난 16일 만난 유은희 간호사(29)는 약 2주 동안 성보재활원 환자들과 함께한 생활을 담담하게 풀어놨다. 지체장애나 지적장애가 있는 성보재활원 환자들은 음압병실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유 간호사는 “이분들이 시설에서만 생활했던 분들이라 병원을 낯설어하고 특히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면 굉장히 무서워했다”면서 “무서움에 방호복을 잡아 뜯으려 하거나 간호사를 깨문 환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낯선 환경에서 한 병실에 혼자 떨어져 지내야 하는 데다 하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와서 ‘나가지 마시라’고만 하니 무서웠을 것”이라면서 “눈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의 한 간호사가 지난 16일 레벨D방호복을 입고 환자가 있는 음압병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의 한 간호사가 지난 16일 레벨D방호복을 입고 환자가 있는 음압병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환자도 간호사도 서로 힘든 상황을 버티다 보니 어느새 정이 들었다. 이 파트장은 “환자 중에 18살 소년 ㄱ군이 있는데 우리를 너무 좋아해 병실에 들를 때마다 가지 말라고 붙잡는다”면서 “그 맑은 눈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며 웃었다. 이 파트장은 이날 오전 ㄱ군의 머리를 직접 감겨줬다. “만에 하나 비말 섞인 물이 튀거나 얇은 방호복이 찢어질지 몰라 다른 간호사들에게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행동인데 아이가 너무 답답해해 손이 먼저 나갔다”고 했다.

때론 긴박한 상황도 발생한다. 중증장애 환자들은 용변이 급하거나 몸 어딘가가 불편해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 이날도 오후 2시쯤 회의를 하기 위해 7층 상황실에 모여 있던 간호사들은 모니터로 병실 상황을 틈틈이 지켜보다가 한 환자가 용변이 급했는지 다짜고짜 침대 밑으로 내려가려 하는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급히 방호복을 입고 1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며칠 전에는 더 위급한 상황도 있었다. 기저질환으로 뇌전증이 있는 ㄴ씨가 오전 1시쯤 음식물을 토하며 경련을 시작했다. 간호사들은 경련이 멈춘 후 가루샴푸로 환자 몸을 씻기고 수액을 놓으면서 환자 곁을 지켰다.

이들의 정성스러운 간호 덕분에 ㄴ씨와 다른 환자 1명이 며칠 전 퇴원했다. 이 파트장은 “혹시라도 흡인성 폐렴으로 진행될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7층 상황실 곳곳에는 서로를 격려하는 희망적인 문구와 동료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사진들이 붙어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7층 상황실 곳곳에는 서로를 격려하는 희망적인 문구와 동료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사진들이 붙어있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7층 상황실 곳곳에는 서로를 격려하는 희망적인 문구와 동료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사진들이 붙어있다. 한 간호사의 가족이 그려준 ‘코로나19 어딜 때찌 접근금지 부적’도 그중 하나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7층 상황실 곳곳에는 서로를 격려하는 희망적인 문구와 동료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사진들이 붙어있다. 한 간호사의 가족이 그려준 ‘코로나19 어딜 때찌 접근금지 부적’도 그중 하나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대구 성보재활원에서 올라온 중증장애인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대구 성보재활원에서 올라온 중증장애인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서울의료원 121병동 간호사들. 이석우 기자foto0307@kyunghyang.com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잦아들지 모르지만 ‘코벤져스’는 서로를 격려하고 북돋우며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7층 복도 곳곳에는 ‘우리의 저력을 믿습니다’ ‘코로나 어딜 때찌 접근금지 부적’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라는 문구들이 붙어 있다. 얼마 전 병원 보안팀은 간호사들이 병실에 올라가기 전 방호복 점검을 하는 거울 앞에 ‘그대는 지금 영웅을 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인쇄해 붙여놨다. ‘힘들어도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권아람 간호사(27)는 ‘코로나 접근금지 부적’을 가리키며 “서로 힘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분위기, 동료애”라고 답했다. 김현정 간호사(30)는 “의료진 고생한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니까 환자분들까지 우리가 병실 갈 때마다 ‘괜찮냐’ ‘제가 할 일이 없냐’ 물어서 민망하다”며 “그런 것들이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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