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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노총 새 지도부, 강성 경쟁 말고 일자리 대안 찾아야

입력 : 
2020-01-22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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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새 지도부가 출범했다. 한국노총은 어제 제27대 위원장과 사무총장 선거를 실시해 새 위원장과 사무총장으로 각각 김동명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 이동호 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을 선출했다. 이번 선거는 제1노총 자리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내준 뒤에 치러진 탓인지 일찌감치 '강대강' 대결이 예고됐다. 모든 후보가 강한 한국노총을 내걸고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대의와 실리를 강조하며 사회적 대화에 나섰던 기존 지도부와는 다른 노선을 제시했던 것이다. 새 지도부는 문재인정부와 맺은 정책 협약 재검토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노총과의 강성 경쟁을 통해 조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지지부진한 사회적 대화가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노총이 강경 투쟁 노선으로 선회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만 해도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에 비해 조합원이 10% 이상 많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부의 친노동 정책을 등에 업고 2018년 한 해에만 25만명 넘게 조합원을 확보하는 동안 한국노총은 6만여 명 늘리는 데 그쳤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며 정부의 노동 정책에 협조했지만 그 과실은 협상을 외면하고 강경 투쟁에 주력한 민주노총이 차지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이제 와서 노선을 바꾼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이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며 얻었던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경 투쟁 노선으로 일관했던 민주노총과 선명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한국노총이 진정으로 강해지려면 현실적인 일자리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임금과 복지 수준이 월등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로 극명하게 갈라져 있다. 문제는 정부의 친노동 정책으로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노총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로 소외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주력 산업 구조조정의 거센 소용돌이를 헤쳐나가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대안 없는 강경 투쟁은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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