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식 위생대책 사각지대 확인한 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태

2020.06.28 21:32 입력 2020.06.28 21:33 수정

경기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첫 환자 발생 후 2주가 지나며 유증상자가 100명을 넘었는데도 보건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거꾸로 그 사이 유치원 측과 정부 당국의 관리 부실과 늑장 대응에 따른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보호돼야 할 어린이들이 감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은 물론 지금껏 원인을 찾지 못하는 유치원과 당국의 대응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8일 현재 유치원생과 교직원 등 202명 중 115명이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유증상자로 확인됐고 이 중 58명이 확진을 받았다. 현재 입원 어린이 20명 중 15명이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을 보이고, 이 가운데 4명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 수는 전국 통틀어 146명이었다. 2015년 이후 환자가 가장 많았다. 이번 집단 발병을 단발성 사고로 볼 수 없는 이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국 유치원·어린이집 전수 점검을 긴급 지시할 정도로 사안이 중한데 아직도 ‘원인 불명’인 것은 유감이다. 사고발생 일주일 후에야 역학조사에 나선 보건당국은 남아있는 보존식과 조리기구 등에서 균이 발견되지 않아 학습 과정 전체로 조사 범위를 확대했지만 명백한 뒷북대응이다. 증거 수집의 골든타임을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유치원이 보존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것이다. 유치원 측이 사고발생 전후 기간의 방과 후 간식 6건을 폐기한 사실이 역학조사 과정에서 적발됐다고 한다. 피해 학부모들이 이날 유치원장을 경찰에 고소한 만큼 수사를 통해 고의적인 증거 폐기 등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학교와 달리 유치원 급식 위생관리가 사각지대에 놓인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당국이 1999년부터 시행한 ‘학교급식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시스템’에 초·중·고는 들어 있으나 유치원은 제외돼 있었다. 국회는 학교급식법을 지난해 말 개정해 유치원도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그 시행 시기가 내년 1월이라고 한다. 음식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유치원생들이 보호·관리 대상에서 빠진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게 급선무다. 당국은 유치원생들의 식품 안전을 담보할 제도적 보완과 재발방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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