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없는 국내 항공사

김형규 기자

외국 항공사들 10여년 전부터 ‘프리미엄’ 도입 ‘틈새 장사’ 짭짤

‘줄어든 좌석·높은 가격’ 수익 불확실…국내사 “아직 계획 없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병기씨(34)는 업무상 1년에 10번 이상 해외출장을 다닌다. 하지정맥류 때문에 좁은 좌석에 오래 앉기 힘든 김씨는 2년 전 일본항공(JAL)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경험한 뒤부턴 이코노미석에 타지 않는다. 요금을 30~40% 정도 더 내면 비즈니스석에 버금가는 안락한 좌석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석은 이코노미석보다 2.5~3배 비싸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에선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제공하지 않는다. 국내 대형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틈새시장’을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13일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10여년 전부터 영국항공 등 글로벌 항공사들이 앞다투어 도입했다. 퍼스트·비즈니스·이코노미로 이뤄진 기존 3단계 좌석 등급에서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사이에 중간 등급을 둬 4개 클래스를 만든 것이다.

[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없는 국내 항공사

한국과 연결되는 노선에선 2010년 에어프랑스를 시작으로 루프트한자, 에어캐나다, 터키항공, 캐세이패시픽, 싱가포르항공 등 다수의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운영하고 있다.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대개 좌석이 이코노미석보다 40~50% 넓다. 앞뒤 좌석 간격도 넓다. 기내식도 풀코스 정찬 등 비즈니스석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공한다.

무료 수하물 추가, 전용 체크인 카운터, 우선 탑승 등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좌석이 비즈니스석처럼 침대 형태로 펴지는 것은 아니다. 등받이를 이코노미석보다는 더 뒤로 기울일 수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평가가 나면서 30석 내외로 마련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예약률은 이코노미석 대비 높은 편이다. 특히 장거리 국제 노선에서 인기가 좋다.

외국 항공사들은 최근 이코노미석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끌어내리는 등 다양한 할인 행사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 업체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대한항공은 “현재로선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며 “기존의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품질을 더 높이는 식의 ‘하이엔드(최고급)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이 회사의 전략”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검토는 하지만 도입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기존 이코노미석 일부를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바꿨을 때 그만큼 줄어든 좌석과 높아진 가격 사이에서 얼마나 수익을 낼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항공업은 ‘재고가 없는 상품’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소비자의 외면은 곧바로 매출 타격으로 이어진다. 싼 가격을 내세운 저가항공사(LCC)들의 공세 속에서 기존 서비스를 더 고급화하는 차별화 방식에 대한 부담도 있다.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미주 노선 기준으로 이코노미 좌석 1개가 벌어들이는 연간 수입이 대략 3억원에 이른다”며 “정확한 수요 분석 없이 좌석 체계를 바꿨다가 실패할 경우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