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하산 인사에 노조파괴가 공공부문 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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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를 강제 추진하고 있지만 갈수록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어제 양대노총 공공부문 대표자회의를 열고 11일부터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시한으로 정한 6월까지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개혁이 대화와 타협이 아닌 힘의 대결로 변질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노조의 성과연봉제 반대가 오히려 공기업 노조를 여론으로부터 고립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공공부문 개혁이 궤도를 이탈한 1차적 책임은 박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 특히 공공부문 개혁을 내세우면서 정작 친여 인사들을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이미 연봉 1억원이 넘는 한국전력 상임감사에 세월호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성한 전 경찰청장이 선임됐고, 비상임감사에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재선임됐다. 해외 호화출장으로 물의를 빚고 물러난 방석호 아리랑TV 사장 후임에는 KBS에서 제작비 횡령으로 해임된 김구철 아리랑TV미디어 상임고문 내정설이 돌고 있다. 김 고문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풍당당 박근혜>라는 책을 공동집필한 바 있다. 정부가 능력 중심의 성과연봉제를 강조하면서 비리 전력이 있거나 검증이 안된 인물들을 공기업에 내리꽂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공기업들이 노동법 절차도 무시한 채 성과연봉제 도입을 불법적으로 추진하면서 노조 무력화·파괴를 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모른 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발전회사 중 가장 먼저 성과연봉제에 대한 노사합의를 이끌어낸 동서발전의 경우 노조파괴로 3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은 인물을 전략본부장에 임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노노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조파괴 전력이 있는 인사를 노무관리의 핵심 보직에 앉힌 배경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공공부문 개혁은 정부가 먼저 인사에서 원칙을 지키고 노조를 개혁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참여시켜야 가능하다. 낙하산 인사를 남발하고 노조파괴를 일삼는 것은 노동개악일 뿐이다. 정부는 ‘노동이사제’를 통해 노조에도 경영의 책임을 지게 하려는 서울시의 실험을 자유시장 논리를 들어 비판만 하지 말고 공공부문 노동개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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