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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파국으로 치닫는 한일관계, 정치와 외교는 어디 갔나

입력 : 
2020-06-08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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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강제징용 배상건과 관련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대해 배상 절차를 개시하면서 한일 관계가 다시 초긴장 국면이다. 이번 건의 경우 법원이 정한 공시송달 기한은 8월 4일로 이날이 지나면 이미 압류된 일본제철 국내 자산에 대해 현금화가 가능해진다. 일본 측은 강제징용 사태 초기부터 압류 자산 현금화를 한국이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왔다. 법원 결정 이후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모두 '위험한 상황'을 경고하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에 관한 한 일관되게 강경한 일본 여론, 지지율 회복의 전기가 절실한 아베 신조 내각의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이 경고를 엄포로 보기 어렵다. 한일 관계는 원상 회복이 어려운 수준의 파국으로 갈 수 있다. 여기서 파생된 지진파가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미 관계와 동북아 질서에 태풍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 2018년 10월이다. 지난 1년8개월 동안 양국 정부는 협상 대신 상대를 향해 '무릎 꿇어라' 고함만 쳐 왔다. 그 와중에 일본의 대한 수출 제한이 있었고 한국 측에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위협이 나왔다. 국가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할 정치와 외교는 실종 상태다. 양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더 늦기 전에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냉정히 따져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내 문제다. 이를 근거로 국가 간 협정을 재거론하기 시작하면 국제 관계 안정성이 깨진다. 한국 정부가 대신 보상하고, 일본에는 역사적·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다. 정부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득 노력도 하지 않았다. 반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정부는 무역 보복으로 사태를 악화시켜 한국 측 운신 폭을 좁혀 버렸다.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다른 보상 방안을 설득하고, 일본 정부는 즉각 무역 원상 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부딪혀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반일·반한 정서에서 정치적 이익을 보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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