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은행들의 금리 체계가 불합리하다”며 개선 의지를 거듭 밝혔다. 윤 원장의 발언을 시장에선 금리 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였고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금융소비자들은 반겼다.

그러나 금감원이 21일 발표한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대체로 ‘대출금리 모범규준’에 따라 금리를 산정하고 있다”며 “다만 일부 은행의 일부 영업점이 금리를 부당하게 부과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은행은 금융소비자의 소득이나 담보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이자를 높게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런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해 부당하게 거둔 이자를 돌려주도록 하겠다고 했다. 은행들에 처리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은행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그동안 알려준 적이 없다”며 거부했다.

금감원 발표는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은행들은 최근 몇년간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를 찔끔 내리고 상승기엔 대폭 올렸다. 덕분에 은행들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1조2천억원으로 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이자이익이 37조3천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1분기에만 이자이익이 10조원에 이른다. 손쉬운 ‘이자 장사’로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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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급등하면 이자 부담이 커져 특히 서민층의 고통이 가중된다. 또 이자를 내느라 여유가 없어져 소비를 줄이게 되고 내수 침체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부른다. 국내 은행의 이자 마진이 외국 은행에 비해 적다는 한가한 소리만 되풀이할 때가 아니다. 대출금리 상승이 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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