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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2년만의 역성장, 재정 투입 성장활력 제고에 집중하라

입력 : 
2020-05-29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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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가 '역성장'(-0.2%)할 것으로 전망했다. -0.2%는 지난 2월 내놓은 2.1% 전망치에서 2.3%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한은이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인 2009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2009년 실제 성장률은 0.8%였다. 만약 한은 전망이 맞는다면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집계된 1953년 이후 지금까지 마이너스 성장은 1980년과 1998년 두 해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몇십 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제위기 국면을 지금 지나고 있다.

이번 위기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비교해 오히려 더 버거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환위기는 경제 펀더멘털과는 무관했고 해외 시장이 건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신용이 문제의 본질이었기 때문에 해법도 간단했다. 대규모 구제금융으로 은행과 기업을 살리면 됐다. 지금은 경제활동의 기본인 이동과 교류가 끊긴 상황이다. 소비가 줄고 공장이 문을 닫고 실업이 속출한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는 정상 복귀가 불가능하다. 어렵사리 활동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한 번 크게 망가진 실물경제는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각국은 피해 구제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재정 지출의 적실성과 효용성이다. 한정된 재원을 가장 중요한 영역에 쏟아부어야 하고 타이밍도 맞춰야 한다. 한국 경제의 성장 활력은 수출에서 나온다. 수출기업 도산을 막고 나아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돈을 직접 쓰는 것보다는 세금 감면 등으로 기업 몸을 가볍게 해주는 것이 백번 낫다.

그다음은 고용이다. 인력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에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이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독일 경제가 빨리 회복된 것은 고용 유지에 비결이 있었다. 실업에 대한 직접적 대책으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디지털 등 미래지향적 투자도 좋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여권에선 2·3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 나오고 있다. 경기부양 효과에 논란이 있는 재난지원금에 실탄을 쓰기보다는 수출 경쟁력과 고용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유지하면 우리 경제 성장 활력은 언제라도 재점화될 수 있다. 성장이 되면 나머지 문제는 저절로 풀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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