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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슬픔 학습법'

[취재파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슬픔 학습법'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5일부터 필리핀을 공식 순방했습니다. 가톨릭국가인 필리핀에서 교황은 '교황신드롬'이라 불러도 될 만큼 가는 곳마다 구름같은 인파를 끌고 다니며 필리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환영을 받았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일요일인 18일에 열렸던 야외 미사에선 무려 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죠.

어디를 가든 그곳의 젊은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꼭 갖는 교황은 대규모 야외 미사전에 마닐라 가톨릭대학에서 10대와 20대 젊은이들과 함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12살 고아 소녀가 교황에게 담대하게 '돌직구 질문'을 던집니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버림을 받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아들이 범죄의 희생자가 되고, 마약 중독자가 되거나 심지어 성매매의 희생자가 됩니다. 왜 하느님은 아무 잘못이 없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나쁜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시는 건가요? 왜 우리를 도와주는 이들은 너무나 적은 걸까요?" 

소녀의 질문은, 종교인이든 아니든, 한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질문입니다. 엄청난 자연 재해는 물론이고 사람의 소행으로 빚어진 극악무도한 악행에 희생당하는 무고한 이들을 볼때면, 사실 누구나 마음속에 "신은 왜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는 걸까? 과연 신은 존재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니까요.

12세 고아 소녀는 자신에겐 정말 너무나 궁금한 질문을, 당연히 정답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교황에게 물어본 겁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성당에서 운영하는 쉼터에서 지내고 있는 소녀는 자신의 처지가 생각났는지 질문을 마치면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돌직구 질문'을  던지고 끝내 울어버린 소녀에게, 교황은 어떻게 화답했을까요?

교황은 일단 울고 있는 소녀를 따뜻하게 포옹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고 실토합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얘기를 듣고 우리가 가슴으로 함께 울어줄 수 있을 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에 가까워질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교황은 그러면서 청중들에게 "굶주리는 아이, 마약을 하며 길거리를 전전하는 아이, 버려진 아이, 학대받는 아이를 봤을 때 어떻게 울어야 하는 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교황은 슬퍼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살아가기 힘들만큼 극심한 고통에 빠진 이들은 자신이 처한 슬픈 상황에 눈물을 흘리지만, 도움이 전혀 필요없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아예 '슬픔'이라는 감정 자체에 둔감하다는 겁니다. 결국 '사회적 약자들의 슬픔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슬플 일이 없는 사회적 강자들이 깨달아야'만 사회는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한 고아 소녀의 간절한 질문에 교황이 내린 명쾌한 답변.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타인의 슬픔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일까요? 

▶ 교황 미사에 600만 명 운집…'프란치스코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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