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항의했다고…조선사들, ‘블랙리스트’ 만들어 공유 의혹

거제 | 김지환 기자

대우조선에서 삼성중공업 하청업체로 옮기려 한 노동자들

첫 출근하려다 ‘단체행동’ 등 이유로 출입증 발급 거부당해

“밀린 임금 달라고 한 것뿐인데 ‘블랙리스트’라니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임금체불에 항의한 물량팀 노동자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공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물량팀으로 일하다 업체 폐업으로 삼성중공업 하청업체로 옮기려 한 노동자가 단체행동 등을 이유로 출입증 발급이 거부당했다.

29일 ‘거제·통영·고성지역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와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ㄱ하청업체 물량팀 노동자 50여명은 지난 3월, 4월 각각 임금 50%, 100%를 받지 못했다. 물량팀은 1차 하청업체로부터 재하청을 받아 일하는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들은 지난 13일 업체가 문을 닫는다는 소문을 접한 뒤 일손을 놓고 임금체불 해결을 요구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관리자는 처음엔 “물량팀 임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으니 걱정 말고 일을 하라”고 설득했지만, 불과 3시간 만에 ㄱ업체 부장과 찾아와 “다시 확인해보니 입금이 안됐다”며 말을 바꿨다.

물량팀 노동자들은 업체 사장과 만나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사장은 “모친이 쓰러졌다”며 자리를 뜬 뒤 연락이 두절됐다. 업체를 인수하기로 한 새 사장은 하루 뒤인 14일 나타나 “임금체불액 중 70%를 받으면 계속 일할 수 있고, 100%를 받으면 나가야 한다”며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물량팀 중 일부는 70%를 받고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나머지 25명은 100%를 받기로 하고 원청으로부터 지급받은 장비를 지난 18일 반납했다.

물량팀 노동자 25명 중 일부는 “일을 하러 오라”는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관리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최근 원서를 넣었다. 신체검사까지 통과하고 첫 출근을 하던 지난 24일 삼성중공업 앞에서 출입증 발급이 거부됐다. 물량팀 노동자 ㄴ씨가 이유를 묻자 하청업체 관리자는 “알 수 없는 이유”라고만 답했다. 노동자들이 다른 하청업체를 통해 성명, 주민등록번호를 주고 확인을 해보니 ‘단체행동, 사장구금’ 등의 이유로 출입증 발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한 물량팀 노동자는 “죽어라 일한 대가를 온전히 받겠다고 한 것인데 취업 제한까지 될 줄 몰랐다”며 “10여년을 조선소 일만 해 와 다른 일은 구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 사장과 대화로 합의하려 한 것이 사장구금으로 둔갑할 줄은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하청 노동자 출입증 발급을 담당하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블랙리스트 공유 의혹을 부인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금시초문”, 대우조선 측은 “삼성중공업과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았으며, 하청업체에서 인원을 데려다 일을 시키겠다고 하는데 출입증을 안 만들어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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