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북한 여성들의 짝을 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탈북민들을 중심으로 하는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탈북한 새터민이예요. 10년 전, 열아홉의 나이에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넘어왔습니다. 당시는 생각과 고민이 많을 나이였어요. 북한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하고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도 없었고,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곳에서 내가 꿈을 가져도 도전할 수 조차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유'를 찾아서 남한으로 왔어요. 이곳에서는 적어도 하고싶은 일은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열아홉의 나이에 홀로 버티기에는 녹록지 않았어요. 탈북 브로커에게 초기 정착금 대부분을 떼어주고 나니 내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죠. 그래서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대학교를 다니면서 4년 내내 보험사에서 전화상담원 일을 했어요. 공부와 함께 하려니 하루 24시간이 짧을 정도로 바빴어요.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실력도 인정받고 회사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시더라구요. 북한 사투리는 전화 상담원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잊어버렸어요.

어떻게 결혼정보회사를 할 생각을 했냐구요? 사실 탈북한 새터민들이 가장 빨리 정착하는 방법이 결혼해서 가정을 갖는 거에요. 새터민은 무척 외롭거든요. 홀로 넘어온 그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사회에 빨리 적응하는데 가족을 만드는 것 만큼 좋은 일이 없어요. 그래서 저도 가족을 만들고 싶어서 몇몇 결혼정보회사에서 상담도 받고 맞선을 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이걸 내가 직접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새터민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지난 4년 동안 전화상담원을 하며 모아둔 돈으로 2년 전에 새터민 전문 결혼정보회사를 차렸어요. 새터민이 짝을 만나 사랑에 결실을 맺고 결혼식을 치룰 때마다, 얼마나 뿌듯하고 가슴이 벅찬지 몰라요. 새터민이 가족을 만드는 순간을 보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 벌써 10년이 됐어요. 고향을 떠나 '자유'를 찾아 이곳에 온 걸 후회 안 하느냐구요? 후회 안 해요. 제가 북한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하고싶은 일을 꿈꾸고 도전해 볼 기회조차 없었을 거예요. 제 목표는 1000쌍의 결실을 맺어주는 거예요. 지금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저 결혼 했냐구요? 결혼정보업체를 운영하면서 정작 저는 결혼을 아직 못 했어요. 10년 동안 정말 바쁘게 살아왔거든요. 저도 좋은 짝을 만나서 빨리 결혼해서 가족을 만들고 싶어요!"

-김서윤 (29.유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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