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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값 폭등이 신혼부부를 `억대 빚더미`에 올려놓았다

입력 : 
2019-12-13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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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5년 이내인 신혼부부 10쌍 중 4쌍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10쌍 중 8쌍은 빚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유주택 신혼부부 비율은 지난해 43.6%에서 43.8%로, 빚이 있는 비율은 83.3%에서 85.1%로 증가 추세다. 가구당 빚(대출잔액 중간값)은 전년보다 1000만원(11.1%) 증가해 1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신혼부부 연간 평균소득이 5504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소득의 두 배나 되는 빚을 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맞벌이의 경우 대출잔액 중앙값이 1억1645만원에 달했고, 주택을 소유한 경우 대출이 1억3507만원으로 무주택 부부(7322만원)보다 1.8배 높았다.

갈수록 더 많은 신혼부부가 집을 사고,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가구 빚의 상당 부분이 주거 비용임을 감안할 때 빚이 늘어나는 것은 집값, 전셋값 급등과 연관이 크다. 지난해 서울 집값은 1년 전보다 6.2%가 상승했고, 2017년(3.6%)보다 더 가파르게 치솟았다. 현 정부 들어 17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평균 40% 상승했다. 집값이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빚을 내서 주택을 매입한 부부들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신혼부부 소득은 4.3% 증가했는데 대출잔액이 11.1% 늘어난 것도 불안한 신호다. 집값 폭등이 내 집 마련 욕구를 부추기면서 신혼부부들이 소득 증가율을 뛰어넘는 빚을 내고 있는 것이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되는 것은 주택 정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주택 등 신혼부부 주거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신혼부부들이 과한 빚을 지지 않고 출발하려면 집값이 안정돼야 한다. 정부는 "집값 잡기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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