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무하는 헛공약, 유권자를 바보로 아나

2020.04.05 20:37 입력 2020.04.05 20:46 수정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연일 종합부동산세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한 토론회에서 1가구1주택자나 실소유자에게 종부세는 고통이란 말을 더러 듣는다며 현실을 감안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일엔 민주당 지도부와 종부세 관련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 강남 3구 등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도 종부세 완화를 공약했다. 이 위원장은 보유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수립을 총괄한 국무총리였다. 자신의 책임하에 마련한 정책을 몇 달 만에 뒤집겠다니 의아할 뿐이다. 국민의 1%에 해당하는 종부세 납세자들의 표를 겨냥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의 한마디로 정책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여당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 추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권자의 표를 노린 ‘아니면 말고’식 공약 남발은 이번 총선에서도 여전하다. 여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핵심 공약을 신고했지만 재원마련 등 구체적 실현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은 어르신 건강스포츠 이용권 제공 등을 공약했지만 재원조달 방법으로는 예산 증가분을 활용하겠다고만 밝혔다. 법인세 인하 등 통합당의 각종 감세 정책들도 추가 재원이 필요한 공약들과 모순된다. 일부 군소정당들의 ‘묻지마 공약’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공화당은 핵무장, 민중당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폐기를 공약했고, 국가혁명배당금당은 18세 이상에게 긴급생계지원금으로 1억원씩 주겠다고 했다. 유권자를 바보로 여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공약이다.

장밋빛 개발 공약들도 문제다. KBS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1대 총선 지역구 후보자 405명 공약의 소요 예산을 합했더니 국가 예산의 8배가 넘는 4399조원에 달했다. 상당수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0대 의원 244명의 공약을 평가했더니 이행률은 46.80%에 그쳤다. 보류·폐기된 대부분은 개발·건설 공약이었다. 현 공직선거법에서 재원조달 방안을 명기한 선거공약서 의무제출 대상에 국회의원은 빠져 있다. 그러니 헛공약이 난무하는 것이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 유권자들도 공약에 대해 재원조달은 실현 가능한지, 재탕·삼탕 포장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사탕발림에 놀아나지 않는 유권자의 혜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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