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랑 준비와 

조별과제 및 리포트 겹쳐

힘들어도 빠지기 어렵고 

선배 마음에 들어야

강압적 분위기 사라져야 

새내기 부담 줄어

새 학기가 시작되고, 교내 곳곳에 새내기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전신이 반사되는 유리나 거울이 있는 곳마다 모여 장기자랑 연습을 하는 새내기들은 웃을 틈이 없다. 출판부 건물 한쪽, 어학교육원 뒤편, 생활관의 거울 앞까지 무리지은 학생들이 열심히 춤을 연습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입학 전후의 새내기들을 위한 여러 행사들에는 대부분 장기자랑 순서가 있다. 실제로 ㄱ학과의 경우, 새내기 배움터에서 팀별 장기자랑을 준비시키고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개인별로 노래나 춤을 선보이도록 하기도 한다. 이때, 칠판에 새내기들의 이름을 적어두고 지워나가는 식으로 한 명도 빠짐없이 참여하게 한다. ㄱ학과 새내기 A 씨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장기자랑을 하고 싶지 않았고 장기자랑에 나가본 경험이 없어서 더 힘들었다”며 “눈치가 보여서 빠질 수 없고 선배들이 기대한다고 얘기하는 것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입학 후에도 학과에 따라 신입생 환영회, 대면식 그리고 MT 등으로 장기자랑이 이어진다. 보통 학과 MT의 장기자랑은 지원자만 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ㄴ학과의 경우, 새내기라면 모두 빠짐없이 준비해야 한다. 이들은 선배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수시로 장기자랑 조별 모임을 갖는다. ㄴ학과 새내기 B씨는 “조별과제와 리포트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 MT 장기자랑에 시간을 뺏겨 힘들었다”고 말했다.

장기자랑이 많은 것도 부담이지만 강압적인 분위기도 문제다. ㄷ학과의 경우, 선배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꾸중을 듣거나 장기자랑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 ㄹ학과의 경우 모든 새내기가 단독 춤을 준비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해당 학과의 선배 C씨는 “행사가 여러 개라 준비하는 과정에 스트레스가 있을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며 “하지만 선배들이 호응을 잘해주고 힘들어하는 새내기들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새내기들이 장기자랑에 부담을 느끼는 것에 대해 농생대 학생회장 이재구(바이오섬유소재 10) 씨는 “학생들 개개인마다 다르게 느끼는 문제이고 학생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동기들과 친해지는 등 긍정적인 영향도 많다”며 “하지만 원치 않는 학생들에게 강요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대 신문방송학과 학회장 한림 씨는 “우리 학과의 신입생 환영회는 대면식이 사라지면서 서로 환영한다는 뜻에서 하는 행사라 새내기만 추는 게 아니라 복학생도 준비한다”며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다 같이 즐기고 새내기에게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전한 문화라도 강압적인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새내기들의 부담은 계속될 것이다. ㄷ학과의 선배 D씨는 “장기자랑을 즐거운 분위기인 듯 포장해 사실상 학과 내 군기를 잡는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관행의 대물림에 대해 이재구 회장은 “학생회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전년도에 했던 행사들을 막연하게 이어하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발전이 없어 좋지 않은 관행이 남게 된다”며 “학생회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행이라고 흐지부지 넘기기보다는 스스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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