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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환점 도는 문재인정부 ②] `팬덤 정치` 벗어나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 보여달라

입력 : 
2019-11-07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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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식에서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진정한 국민통합의 시대를 외쳤다. 그로부터 2년6개월이 지나 임기 반환점에 섰지만 국론 분열과 국민 갈등은 여전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국정 지지율은 취임 초 84%에서 40%대로 반 토막이 났고, 무당층 지지율은 한때 69%까지 치솟았다가 22%로 급락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상생과 통합보다는 진영 논리에 따른 정책과 인사를 밀어붙이면서 다수 민심이 이탈한 결과다. 특히 현 정권이 핵심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fandom) 정치'에 빠지면서 이념·세대·지역 간 반목과 대립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민심이 왜곡돼 민주주의 정치가 후퇴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팬덤 정치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조국 사태다.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광장의 여론이 두 쪽으로 갈려 나라가 극단적인 분열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현 정권은 '조국 수호'를 외치는 서초동 집회에 기댄 채 '조국 사퇴'를 촉구하는 광화문의 성난 민심을 외면했다. 그러다가 국정 지지율이 39%까지 떨어지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고서야 조 장관을 사퇴시키고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많은 국민의 절망감은 아직도 벽처럼 남아 있다. 불통의 국정 운영은 내각 임명에서도 드러난다. 현 정부 들어 야당의 반대로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된 장관급 공직자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등 22명으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다.

정권 출범 후 일방적인 적폐몰이를 강행한 것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올 4월 야3당과 손잡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 검경수사권조정법안, 선거법개정안을 패스트트랙법안(신속처리안건)에 포함한 것도 통합의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패스트트랙의 경우 민주당으로선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뒷받침하고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것은 집권여당의 독주로 비칠 수 있다. 2017년 9월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현안을 논의할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을 합의해 놓고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것 또한 여야 협치가 실종됐다는 증표이다.

국정 지도자가 집권 후반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지층의 박수와 측근들의 달콤한 말만 믿고 세상 민심과 단절돼 현실감각을 잃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우리 이니'를 외치는 지지층 눈치를 보며 외골수 국정 운영을 하게 되면 조기 레임덕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지금이라도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 오뚝이처럼 중심을 잡고 진정한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소통을 막고 정쟁을 부추기는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은 과감히 교체하고, 정권 창출에 기여하지 않았더라도 역량과 자질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해 국정을 맡겨야 한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볼썽사나운 행태에서 보듯, 국회와 국민을 가볍게 보는 일부 친문그룹의 기강을 바로잡고 야당과의 소통 의지를 보여주려면 청와대 인적쇄신과 탕평인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김우식 연세대 총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하고, 진대제 삼성전자 대표를 정보통신부 장관에 발탁해 국정에 활력을 불어넣은 전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독일의 헬무트 콜 전 총리는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타협에 대한 명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후반을 맞아 진정한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려면 대통령이 불통 대신 소통, 강요 대신 설득, 독선 대신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초당적 자세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까지 보듬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지금처럼 국론 분열과 국정 난맥이 극심하더라도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와 결단이 있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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