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촉비 부담 납품업체에 떠넘긴 CU

2020.02.13 20:34 입력 2020.02.13 20:38 수정

편의점 CU의 가맹본부가 납품업자에게 과도하게 비용을 떠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물건을 구입하면 한 개를 더 주는 ‘묶어팔기(N+1)’ 판매촉진 행사를 하면서 비용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대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과징금 16억74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2014~2016년 ‘통합행사’ 명칭으로 79개 납품업자와 판촉행사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판촉비용의 50%를 초과한 금액(23억9150만원)을 납품업자에게 부담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대규모유통업법에는 판촉비용 분담 비율이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돼있다. 행사비용을 납품업자에게 떠넘기면서 이익을 챙긴 것이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이 아닐 수 없다.

BGF리테일은 GS리테일과 함께 편의점 업계의 양대 업체다. 2018년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 31%로 GS리테일(35%)에 이은 2위 사업자다. 시장지배적사업자인 BGF리테일이 약자인 납품업자를 상대로 과도한 부담을 떠넘긴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BGF리테일은 공정위 결정에 ‘유통업계 관행’ ‘편의점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 운운한다. 설득력이 없다. 일방이 피해를 보는 것을 ‘관행’이나 ‘사업 특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공정위의 결정을 두고 오히려 과징금이 낮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대규모유통업법은 2017년부터 과징금 부과기준을 강화해 위반금액의 70%에서 140%까지 올렸다. 이번 사안은 기준 변경 전에 발생해 낮은 과징금을 받은 것이다. 더구나 BGF리테일은 판촉비 부담 관련 서면을 뒤늦게 발행하면서 법을 위반했다. 그런데도 내부준법감시 과정에서 적발했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대상에서는 빠졌다. BGF리테일이 반발할 입장은 아닌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이 묶어팔기 비용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하는 행위에 대한 최초의 제재라고 했다. 묶어팔기 판촉 행사는 다양한 형태의 매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자의 유사한 비용전가 행위에 대해 엄중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약속이 이행되는지 지켜보겠다. 일방의 고통을 요구하는 방식의 거래는 갑질이다. 이는 ‘윈윈’하겠다는 기업의 자세가 아니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가맹본부는 변명할 구실을 찾을 게 아니라 납품업자와 상생할 방안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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