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 뒤 검찰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불구속재판 원칙에 반하여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이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제기된 혐의를 완전히 벗지는 못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이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불법이 의심되는 합병은 있었고, 증거도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 관여 정도를 재판을 통해 가리라는 것이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이유는 이 부회장이 부정거래행위를 규정한 자본시장법 178조 대부분과 외부감사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1 대 0.35 비율로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이 부회장 지분이 23%나 되는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 가치는 줄이는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를 저질렀다고 보았다. 합병회사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 주가부양 등의 시세조종 혐의도 적시했다. 검찰은 이런 불법행위의 정점에 이 부회장이 있으며, 합병의 결과로 삼성전자 지배와 수조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시세조종은 없었고, 회계처리도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는 검찰이 판단한다. 그 전에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가 남아 있다. 11일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일반 시민들로 구성되는 수사심의위에 이 사건을 넘길지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이 심의위의 결정을 따를 의무는 없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수용했다. 이 부회장 측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영장이 기각된 것을 이 부회장이 무죄라는 취지로 보기 어렵다. 정식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라는 것이다. 심의위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을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 법감정을 외면한 명백한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시민들의 합리적 의심을 감안해 남은 수사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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