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교 서열화’ 부추기는 상위권 대학들, 공교육 해친다

2019.11.05 20:23 입력 2019.11.05 22:44 수정

교육부가 ‘깜깜이 전형’으로 비판받아온 상위권 대학들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고교 유형별 합격률에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서열화 실태는 명확했다. 각 고교가 제출한 학교 프로파일을 통해 암암리에 특정학교들을 우대한 고교등급제 흔적도 일부 드러났다. 학교 지원에서 등록 단계까지 고교서열화가 심각했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상위권 대학들이 교육 주체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공교육 환경 교란을 주도한 셈이다.

5일 교육부의 서울대 등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고교 유형별 합격률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과고·영재고 > 외고·국제고 > 자사고 > 일반고 순으로 서열화 현상이 뚜렷했다. 지원자 대비 학종 합격률을 보면 과학고에 다닐 경우 일반고보다 13개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2.9배가량 높았다. 특기자전형에서 어학이나 수학·과학 우수자를 자격·평가요소로 설정해 외고나 과학고 출신 학생을 70%까지 선발한 대학도 있다. 반면 농어촌학생,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고른기회전형’ 선발 비중은 8.3%로, 전국 평균(11%), 수도권 평균(8.9%)보다도 낮았다. 일부 고교는 학교 프로파일에 기재가 금지된 과거 대학 진학실적 등을 편법으로 기재했지만, 대학들이 이를 규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일종의 ‘고교등급제’로 활용해 온 정황도 발견됐다. 13개 대학 모두 학생부 기재금지 사항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반이 적발돼도 불이익 처분도 하지 않았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이 제기된 대학 등을 중심으로 추가로 특별감사를 벌인 뒤 결과에 따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조국사태’로 불거진 입시공정성 논란에 대응해 촉박하게 이뤄졌다는 한계가 있다. 전체 대학도 아니고 학종 선발 비율이 높으면서 특목고나 자사고 등 특정학교 출신 선발이 많은 10곳과 올해 종합감사 대상인 3곳이 섞여 있다. 다만 2007년 입학사정관제도 도입 이후 12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진행된 실태조사라는 의미는 있다. 그동안 상위권 대학들은 대학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감시와 견제 없이 손쉽게 우수학생 선점의 권력을 누려왔다.

간단한 첫 실태조사만으로도 작지 않은 부실과 폐단이 드러났다. 학종의 가장 큰 불만으로 꼽혔던 이른바 ‘깜깜이 전형’ 문제부터 보완해야 한다. 평가기준, 배점 공개 방안과 면접 장면 녹화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입에서의 고교서열화는 심각한 문제다. 대학들은 각종 기회균형선발을 대폭 늘리는 등 교육 불평등 해소 의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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