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민생, 사라진 정부

수출 부진에 살얼음판 걷는 ‘불황형 흑자’…출구가 안 보인다

이주영 기자

IT·차 등 주력품목 부진

4월 경상수지 흑자액

한국 경제가 수출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입 급감으로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마저도 수출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정부는 지난달 수출 감소폭이 줄어든 점을 들어 수출 개선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 여건이 좋아졌다기보다는 비교 기준인 지난해 같은 달의 감소폭이 워낙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향후 세계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한국의 수출 회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

<b>박수</b> 박근혜 대통령과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이 31일 오후(현지시간) 나이로비 한 호텔에서 열린 한·케냐 비즈니스 포럼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 박근혜 대통령과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이 31일 오후(현지시간) 나이로비 한 호텔에서 열린 한·케냐 비즈니스 포럼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상수지 흑자액(33억7000만달러)은 최근 2년3개월 내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4월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줄었지만 수출 감소폭(-19.2%)이 더 커지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주력 수출품목이 모두 부진했다. 품목별 수출실적(통관기준)을 보면 디스플레이패널이 지난해 4월보다 37.0% 급감했고 가전제품(-25.0%), 승용차(-18.3%), 기계류·정밀기기(-16.5%), 철강제품(-13.9%) 등도 두 자릿수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신병곤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상품 수출의 지속적인 감소는 해외 수요의 부진과 유가 하락, 철강제품 등의 단가 하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의 경우 수출액 감소폭이 줄긴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액(398억달러)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줄었는데, 감소폭으로만 보면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 증감률은 ‘전년 동기’와 비교하는 것인데, 지난해 5월 증감률(-11.0%)이 상당히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에 비해서도 6%가 더 감소한 것이니 나아졌다고 보긴 어려운 셈이다.

상황은 앞으로도 녹록지 않다. 세계경기 회복세가 미약해 각국의 수입 수요가 단기간 내에 늘어나긴 쉽지 않다. 국제유가가 최근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미국 금리 인상,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개최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세계 경기 부진으로 수출 계약 자체가 줄어든 데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년간은 수출이 살아날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든 데에는 기업들의 배당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배당소득 수지는 마이너스 45억1000만달러로,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국인이 해외기업에서 받은 배당금보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제도는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통해 투자와 임금·배당 등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투자나 임금 확대보다 배당만 늘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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