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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野, 정부 실정 비판 넘어 경제 살릴 확실한 해법 내놔야

입력 : 
2019-11-11 00:02:02
수정 : 
2019-11-11 09: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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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도는 문재인정부 ⑤
문재인정부 전반기 여야 관계는 최악이었다. 여는 야를 적폐 집단으로 공격하고 야는 여의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의심했다. 한국 정치에서 여야 대치는 늘 있어왔지만 서로의 존재론적 근거까지 공격하는 지경에 이른 것은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현상이다. 어느 정권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포함한 여야 5당 대표와 함께 만찬을 했다.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의 회동은 7월 18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임기 후반기 시작 첫날을 야당과 함께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끌어안고 대우하는 자세 전환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동시에 야당의 자세 변화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본령은 의회정치에 있다. 의회에서 만드는 법이 곧 국가의 작동시스템이 된다. 의회에서 각 당은 정확하게 의석수만큼의 정치적 책임을 갖는다. 여소야대인 지금 국회에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책임이 결코 여당에 비해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여당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은 야당 본연의 역할이지만 의회 안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정부 국정평가에서 특히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것은 경제다. 소득주도성장, 세금주도 일자리,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친노동정책, 탈원전 등 대표 경제정책들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 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9월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 주도의 자유시장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민부론'을 발표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와 혁신적 규제개혁, 시장 존중 부동산정책, 기업의 경영권과 안정성 보장 등 주요 과제를 열거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민간 경제연구소 같은 곳에서 수도 없이 나오는 것들이다. 정당의 역할은 이런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공론화하고 현실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해 입법을 시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야당의 정부 비판은 온통 거대담론에만 머무르고 있다. 지난 6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법안, 데이터 규제 완화 법안, 화학물질 관련 규제 완화 법안 등 3개 법안만이라도 올해 안에 처리해 줄것을 국회에 호소했다. 이른바 '친기업, 친시장'을 표방한다는 한국당은 이런 절규가 나올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나. 여당이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면 공론장으로 끌어내야 하고 입법에 미적댄다면 재촉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들 법안에 대해 여당만 한 관심도 없어 보인다. 대부분 이렇다 할 당론도 없다. 한국당은 탈원전을 말로만 비판할 뿐 이를 막기 위한 여론 조성과 법적 대응은 일부 시민단체와 원자력전문가들에게 맡겨 두고 있다. 검찰의 '타다' 기소를 계기로 모빌리티 경제와 혁신산업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지만 야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검찰 기소 이전에 법무부가 청와대에 보고했는지를 따질 뿐이다. 이는 부차적인 것이다. 국가 경제를 걱정하는 야당이라면 일찌감치 모빌리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률을 발의했어야 한다. 타다 기소는 정부 여당의 책임이 크지만 야당도 입법 불비에 책임이 있다.

야당의 힘은 한편은 정치적 명분, 다른 한편은 정책 대안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금 야당은 축구로 치면 여당이 '자살골'만 넣기를 기다리는 경기를 하고 있다. 실제 여권이 여러 번 실책을 거듭했는데도 야당 지지율은 조국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 여당 못지않게 야당도 자살골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명분은 명분대로, 정책 대안은 대안대로 지리멸렬하다. 그 결과는 국민이 기댈 데가 없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자기 힘으로 골을 넣지 못하고 누가 더 많이 실수하느냐로 승부가 갈리는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나. 정부 여당의 악법을 막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에 정말 중요한데도 정부가 외면하는 것, 차일피일 미루는 것을 묻고 따지고 입법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야당이 해야 한다. 민생경제 문제에서 야당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여당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자연히 야당의 존재감은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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