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헌고 사태’, 학교 외부의 정치적 개입이 문제였다

2019.11.21 21:18

서울시교육청이 21일 ‘인헌고 사태’에 대한 특별장학 결과를 통해 “특정 정치사상 주입이나 강제, 정치편향 교육활동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학생 지도 차원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교육청은 이와 함께 인헌고 문제는 징계 대상이 아니라면서 행정처분이나 특별감사를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청이 인헌고 사태에 대해 교육적 판단을 내린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교사 발언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종식되길 기대한다.

‘인헌고 사태’는 일부 학생이 ‘교사들이 교육활동 중 정치편향적 발언과 지도를 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해당 학생들은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교사가 수업시간에 ‘NO 일본, NO 저팬’ 구호를 적게 했으며 “조국 뉴스는 가짜다” “너 일베냐” 등의 발언을 하며 사상교육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정치 선동’ ‘끔찍한 사상교육’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정치편향 교육’ 보도를 잇따라 내보냈다. 또 우익단체들은 교육청에 ‘정치편향 교육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외부 단체가 정치문제화하면서 교육의 문제가 이념적 이슈로 변질됐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교사와 다른 시각과 생각을 발표할 수 있다. 문제는 학생들의 주장을 이념공세로 연결시킨 외부의 보수세력이다. 특히 보수언론은 일부 학생의 주장을 전체 학생의 의견인 양 왜곡하고, 사건을 전교조와 연결시키며 악의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교사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은 이번 장학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그렇다고 교사의 발언을 특정사상 주입이나 정치편향 교육과 연결시켜 정치쟁점화한 것은 명백한 왜곡이자 억지다.

헌법 31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국가공무원법 65조는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조항이 교사의 정치적 논의, 정치 문제에 대한 교육을 금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민주주의의 교육장이다. 교사 역시 정치적 시민이다. 교실에서 하는 교사의 발언에 일일이 ‘정치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면 교육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이번에 문제가 된 일베, 친일·반일 문제는 정치편향이 아니라 교실에서 적극 다루어야 할 주제다.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정치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인헌고 사태는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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