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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중 무역전쟁 급한 불은 껐지만

입력 : 
2020-01-17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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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서명한 무역 합의에는 1단계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2018년 7월 시작된 양국 간 무역전쟁을 18개월 만에 일단 봉합하고 추후 2단계 협상을 재개키로 한 것이다. 이번 합의로 중국은 농산물과 공산품, 서비스 등에서 향후 2년간 2000억달러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키로 했다. 또 미국 기업에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중단 등도 약속했다. 대신 미국은 중국산 제품 1560억달러어치에 부과하려다 유예 중이던 관세 15%를 철회했다. 또 지난해 9월 1일부터 1200억달러어치에 부과해온 관세 15%를 7.5%로 인하키로 했다. 2500억달러어치에 이미 부과되고 있는 관세 25%는 유지된다.

양국은 1단계 합의 이행을 지켜본 뒤 2단계 협상에 들어간다는 일정이다. 올해 미국이 대선을 치르고 중국은 침체 조짐을 보이는 경제에 숨통을 틔우고 나면 2021년엔 무역전쟁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 달성하려는 목표를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식재산권을 완벽하게 보호받기 위해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나아가 중국 정부의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철폐 등 더 강한 요구를 들이밀고 궁극적으로 대중 무역적자를 없애려는 것이다.

양측의 현실적 이해 때문에 올해엔 휴전 국면이니 그동안 세계 경제를 짓누르던 암운은 잠시나마 걷히는 셈이다. 대외 여건에서 불확실성을 키웠던 최대 걸림돌이 완화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무역전쟁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 당장 중국이 약속한 2년간 200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 수입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 견해가 만만치 않다. 농산물 분야가 대표적이다. 2016년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200억달러에 불과했는데 공산물과 에너지 등을 아무리 합쳐도 '미친 듯이 사들이지 않는 한' 약속대로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미국은 자동 규정에 따라 관세를 재부과할 터이니 폭탄의 뇌관이나 마찬가지다. 1단계에선 논의조차 하지 않은 화웨이 제재나 사이버보안 문제도 최대 쟁점이다. 중국의 기술굴기 청사진인 '중국 제조 2025'를 감안하면 쉽게 양보하지 않을 사안들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봉합된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되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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