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무 더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속도

2019.12.16 21:00 입력 2019.12.16 21:02 수정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8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63.8%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보장률 63.8%란 한 환자에게 총 100만원의 의료비가 발생했다면 63만8000원은 보험공단이, 36만2000원은 환자 개인이 부담했다는 뜻이다. 국민이 진료비의 3분의 1 이상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국민의 의료비를 경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문재인케어’를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다. 종합병원 2·3인실 건보 적용,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지원, 임플란트 비용 본인부담률 경감 등의 조치는 이미 시행 중이다. 앞으로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비급여에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 저소득층의 본인부담 상한액을 크게 낮추고 의료비 지원을 현재 4대 중증질환에서 모든 중증질환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문재인케어는 병원 문턱을 낮추고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 지원을 확대하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급여 적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진료를 늘려 수익 증대를 추구하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동네의원의 경우 지난해 건보 보장률이 전년 대비 2.4%포인트 하락하고 본인부담률은 3.2%포인트 늘었다. 건보 보장률 확대 정책이 중증·고액 질환이 몰려 있는 상급병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면서 동네의원 이용자에 대한 보장성 강화가 미흡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한다. 이 목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보장률(80%)에 못 미친다. 지난해 보장률이 1%포인트 소폭 상승에 그친 점을 감안할 때 임기 내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건보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속적인 급여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또 병·의원의 허위진료나 과잉진료를 통한 급여 청구를 막아야 한다.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 지원과 같은 건강보험 재원 확충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문재인케어의 안착을 위해서는 국민과 함께 의료계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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