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바둑알’이라는 중국, ‘사드 반대’의 진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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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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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2일, 일본 중부의 교토부 교탄고시(京丹后市)의 교가미사키(?之岬)에서 '미 육군 제14탄도미사일 방어중대 교가미사키 기지' 창설식이 열렸다. 이 기지엔 X밴드 레이더 1대가 설치됐다. 이는 2013년 10월 3일 발표된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의 합의문에 명시된 약속이었다.

미국은 이미 2006년에도 일본 북쪽 아오모리현(?森?)의 항공자위대 샤리키(?力) 기지에 X밴드 레이더 1 대를 배치했다. 샤리키 기지의 X밴드 레이더는 북한 무수단리를 포함한 한반도 동북부 탐지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12년 4월과 12월 북한이 한반도 동북부가 아닌 서북쪽, 즉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이게 남쪽으로 날아갔는데, 이 궤적을 X밴드 레이더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은 북한 서북쪽과 좀더 가까운 일본 중부 해안가인 교가미사키를 택해 1대를 추가로 배치했다.



이 두 X밴드 레이더의 이름은 AN/TPY-2이다. X밴드 레이더는 전방배치용(Forward Based Mode)과 종말배치용(Terminal Based Mode)으로 나뉜다. 일본에 배치된 것들은 2개 모두 전방배치용이다.

탐지거리가 2,000 km에 이른다. 탐지거리 1,000 km 미만인 종말배치용에 비해 훨씬 먼 지역까지 탐지가 가능하다.

교가미사키의 X밴드 레이더 설치 소식은 우리나라에선 별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중국은 다음날 곧바로 반응이 나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이다.



점잖으면서도 가시가 박힌 이 말을 듣노라면 중국이 일본의 X밴드 레이더들을 보면서, 이것이 단순히 대북 대응차원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포위망'으로 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한반도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는 주요 이유도 사드와 연결되는 이 레이더 때문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중국이 애지중지하는 미사일들, 어디어디에?

중국이 레이더에 민감한 이유는 이 레이더에 포착될 우려가 있는 중국의 안보자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곧 미사일이다.

중국은 1964년 10월 16일 첫 핵실험에 성공하자마자 미사일의 부대 창설 준비에 들어가 1966년 7월에 '제2포병부대'를 창립했다. 초창기엔 비밀리에 창설을 추진하면서 그 명칭도 '제2포병'이라고 지어, 그 실체를 알기 어렵도록 했지만, 이후 날로 사거리를 늘리며 신형 미사일 개발에 몰두한 끝에, 미사일 기술은 어느덧 세계 정상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엔 '제2포병'이란 이름을 50년만에 바꾸어 '로켓군'이라 명명하고 대대적인 창설식을 열었다. 이미 지난해 9월 3일 전승절 열병식때 중국은 보란듯이 이 무기들을 자랑했다. 80% 넘는 무기가 최초 공개였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둥펑-21D(DF-21D)'와 '둥펑-26(DF-26)'의 첫 공개다. (중국의 미사일들은 대부분 둥펑(東風)을 붙이는 데, DF라고도 한다)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DF-21D는 사거리가 최대 1,500km이고, 그 개량형 둥펑-26은 사거리 최대 4,000km로 태평양상의 미군 전략기지인 괌까지도 도달할 수 있어 '괌 킬러'라고 불린다. 두 미사일 모두 발사차량으로 이동도 할 수 있다. 여기에 사거리 8,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 서부와 유럽 등이 사정권인 DF-31A,B와 사거리 14,000km로 미 본토가 사정권인 'DF-41'도 있다.

그렇다면, 이 핵 미사일의 기지들은 어디어디에 있나?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선 베이징 근교 칭허에 로켓군 본부를 두고, 선양(51기지), 황산(52기지) 쿤밍(53기지), 뤄양(54기지), 화이화(55기지), 시닝(56기지) 이렇게 6개 기지가 있다.

이 기지 예하에 24개의 미사일여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재래식미사일 기지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확인된 핵미사일 기지는 표시된 곳과 같이 15개 정도다.

여기에 2006년 일본 아오모리현에 설치한 AN/TPY-2의 탐지거리인 2,000km를 반경으로 선을 그어보자. 미사일기지 가운데 선양의 51기지와 예하 일부 미사일여단만 탐지권에 들어온다. 그런데, 2014년 교가미사키에 설치한 AN/TPY-2로 2,000km 반경 선을 그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베이징의 본부는 물론 안휘성 황산의 52기지와 예하 미사일여단이 모두 탐지권에 들어온다.주로 중거리 핵탄도미사일 DF-21계열이 있는 곳이다.

한 발 더 나아가, AN/TPY-2 레이다가 주한미군 평택기지에 배치되면 어떻게 될까? 특히 전방배치용을 설치해 탐지거리를 2000km로 하면, 중국 서북부 시닝(56기지)과 서남부 쿤밍(53기지)을 제외하고 모두가 탐지권에 들어온다.

차량이동형이어서 발사대를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중국 서북부 귀퉁이로 옮기지 않는 한, 중국의 동부를 포함한 2/3에 이르는 지역이 가시권에 들어간다. DF-31이 배치된 54기지 예하 허난성 난양(南陽)은 물론, 지난해 8월 5일 DF-41의 시험발사가 있었던 산시성 우자이(五寨)까지 모두 탐지권에 들어온다.

이 DF-41의 시험발사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에 한국에서 사드 도입 논란이 일었다. 중국이 그토록 불쾌해했던 이면에 바로 이런 속내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한국은 바둑알.. '큰형님' 다리 붙잡고 자신하지 말라"

중국 당기관지인 '런민일보'의 자매지 '환추시보'가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제재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게재한 2016년 1월 13일자 사설을 보면 중국의 속내를 극명히 알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선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자기네 코 앞에 배치하는 것은 아무리 '방어용'이라고 설명해줘도 신경이 안 쓰일 리 없다. 더욱이 중국이 애지중지하는 미사일을 다 노출시키는 문제이며, 보다 넓게는 레이더의 물리적 탐지거리만의 문제나 대북 대응 차원의 문제를넘어 동북아를 둘러싼 미국과의 복잡한 국제정치적 게임의 일부로 보고 있는 것이다.

김민철기자 (km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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