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외면' 대학생 대체인력 투입 열차서 사망사고(종합)

입력
수정2013.12.16. 오전 11:47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가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해 철도대 학생 상당수를 대체 인력으로 투입한 가운데 16일 서울 지하철 4호선 구간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철도대 1학년생, 차장 역할 동승 열차 운행 중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파업 중인 노조원을 대체하기 위해 투입한 대학생이 기관사를 도와 운행하던 열차에서 출입문 조작 미숙으로 인한 승객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안팎의 경고를 무시하고 코레일이 강행한 대체 인력 투입 열차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라 사고책임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강하게 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15일 오후 9시2분께 김모씨(84·여)가 서울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오이도 방면으로 운행하던 지하철에서 내리던 중 문이 닫혀 지하철에 끼인 채 끌려갔다.

사고 열차를 운행하던 코레일 소속 기관사 오모씨(41)는 김씨가 낀 걸 모르고 열차를 출발시켰고 김씨는 공사 중이던 승강장 스크린도어 벽면에 상체를 부딪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해당 열차는 철도파업으로 인해 대체 인력이 투입된 열차로 한국교통대 철도대학 1학년 학생(19)이 출입문 개폐 조작 등을 담당하는 차장으로 동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은철 철도노조 대변인은 "사측은 문 개폐만 맡아 사고가 없을 거라 했는데 차장은 출입문 개폐조작과 출발신호 전달뿐 아니라 이례적 상황 발생시 중앙 관제와 무선 교신도 하고 여객 안내방송도 맡는다"며 "무자격자를 무리하게 대체인력으로 투입해 생긴 사고"라고 지적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고와 관련해 현재는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에 맞는 대응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이 출입문 개폐 미숙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지하철 출입문 센서는 10㎜ 미만일 경우에만 인식하지 못해서 몸이 절반쯤 끼었다는 경찰의 조사 결과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3일 대체인력 가운데 철도대 재학생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코레일 측은 "기관사가 아닌 승무원 인력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며 안전사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코레일은 철도대학 재학생 238명을 전동열차 승무원 대체 인력으로 투입해 현직 기관사와 함께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코레일은 철도대학 측에 공문을 보내 철도대학생 지원을 요청했으며 학생들에게는 하루 평균 4∼5시간 일하는 조건으로 실습 학점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측은 당시 "파업에 대비해 미리 교육을 한 학생들이고 지난 파업 때도 철도대 학생들을 활용했다"며 "기관사가 아닌 승무원 인력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사회적 우려를 외면했다.

이와 관련 최 대변인은 "차장 업무는 원래 5년 이상 경력자만 맡을 수 있었는데 현재는 조건이 완화돼 100시간 실습과 훈련을 거치면 차장 업무가 가능하다"며 "그런데 워낙 졸속 투입이라 100시간 교육도 거쳤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 앞서 대체 인력이 투입된 코레일 소속 열차가 탈선하거나 멈춰서는 사고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면서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13일 오전 6시40분께 서울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에서 코레일 전동차 열차 2량이 탈선했지만 회송 중인 열차로 탑승객이 없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어 이날 오전 8시25분께 1호선 제기동역에서는 지상에서 지하로 진입하는 구간의 전기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돼 9분가량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또 이날 오전 10시30분께는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향하던 청량리역발 코레일 소속 전동차가 고장으로 멈춰 해당 방향 노선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앞서 12일에도 코레일 소속 1호선 지하철이 운행 도중 멈춰서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11시19분께 광운대 방향으로 회송 중이던 전동차가 청량리역과 회기역 사이에서 30여분간 멈췄고 오전 11시40분께는 종각역에서 전동차가 제동장치 이상으로 멈춰 상행선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 0시께는 1호선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가 작동하지 않아 열차가 20여분간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대체인력 투입을 당장 중단하고 필수유지 인력으로 운행을 해야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며 "열차운행 감축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는 안 된다. 대체 인력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대체 인력을 계속 투입할 지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 시간이 늦어 경영진도 아직 방침을 정하거나 하지 못한 상태"라며 "사고원인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만약'을 갖고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