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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中은 `풍우동주` 외치는데 韓·美는 잇단 불협화음

입력 : 
2019-09-05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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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일 평양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풍우동주(風雨同舟·비바람 속에서 한배를 탄다)'를 외치며 긴밀한 협력을 다짐했다. 한미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방위비분담금, 미군기지 반환 등을 놓고 불협화음을 보이는 가운데 북·중이 밀월관계를 과시한 것이어서 우려스럽다. 외교가에선 왕 부장이 북측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5차 방중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김 위원장이 다음달 1일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맞춰 방중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참석할 경우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게 돼 한·미·일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중국과 결속을 강화하는 마당에 한국은 이번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른 유엔군사령부 권한을 놓고 미국과 마찰을 겪고 있다. 지난달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때 한국은 "전작권 전환 후 전쟁이 발발하면 미군이 한국군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기 때문에 작전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맞섰다고 한다. 이처럼 안보 현안마다 양국 갈등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군사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이 "한미동맹을 끝장내라"며 이간질에 나선 것도 걱정이다.

한미 간 불신이 커지고 동맹이 흔들리면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공백이 빚어지게 된다. 더구나 뉴욕타임스는 2일자에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신형 미사일에 대해 미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압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 자료를 인용해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주한미군기지 6곳과 주일미군기지 2곳 등 8곳을 영향권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무력 위협에 따른 안보 불안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대미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한 진화에 나서 동맹 균열의 틈새를 메우는 것이 시급하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이 회고록 '콜사인 카오스'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맹이 있는 나라는 번창하지만 동맹이 없는 나라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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