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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국방 "주한미군 감축 추측 않겠다"니 무슨 소리인가

입력 : 
2019-11-21 0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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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9일 주한미군 감축을 둘러싸고 예민한 발언을 내놓았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에 대해 예측이나 추측을 하지 않겠다"며 주한미군 감축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위한 협상이 서울에서 결렬된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발언이다. 이는 에스퍼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5일 열린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를 공동성명으로 재확인한 것과도 어긋난다.

미국은 '한국은 부자 나라'라는 프레임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올해보다 다섯 배나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일방적으로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28년 동안 합의해 온 SMA 틀 안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리 측에 미국 대표단은 "새 제안을 가져오라"고 공개적으로 장외 압박을 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 국방장관이 나서 애매한 표현으로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감축'을 연계하는 듯한 발언까지 내놓기에 이른 것이다. 동맹보다 돈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장이 반영된 이런 협상 태도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될 뿐이다. 지난 70여 년간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 중국·러시아의 군사력 팽창을 막아 온 주한미군에 대해 감축을 거론하는 것은 북한의 오판을 초래해 북핵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 있는데도 그동안 한국은 핵연료 재처리와 미사일 사거리, 전략자산 배치 등에서 각종 제한과 차별을 받아왔다. 이는 주한미군의 안보 분담을 전제로 이뤄져 온 일인데 이제 주한미군 감축이 거론되는 상황이라면 한국은 핵·미사일을 포함하는 자주국방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는 데 급급해 이처럼 한미동맹을 뿌리째 흔드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반 위에서 상호 존중하는 자세로 방위비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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