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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락채널 끊고 긴장 조성하는 北에 끌려다녀선 안 돼

입력 : 
2020-06-10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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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폐기하면서 "대남사업을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남측이 '최고 존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모독했다는 이유다. 이로써 문재인정부 들어 주로 남측의 양보에 기반해 유지돼 오던 남북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금지 조치를 주문했다. 담화 직후 청와대와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는 등 북측 입장을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럼에도 대적사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은 이미 짜인 수순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다. 대북전단은 구실이었을 뿐 이것이 북한의 진짜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미국의 경제 봉쇄 조치가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중국과의 비공식 교류마저 뜸해졌다. 지난 7일 김정은이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의제는 '평양 시민 생활 보장을 위한 당면한 문제'였다. 평양은 군과 더불어 김정은 독재체제를 구성하는 양대 보루다. 북한에서 평양에 거주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특별신분을 의미할 만큼 혜택이 크고 체제 충성도도 높다. 이들이 생활고를 겪는다면 단순한 경제위기가 아니라 체제 안정을 염려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위기에 봉착한 권력이 택하는 손쉬운 선택은 외부의 적을 상정해 내부 결집을 도모하는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4일 김여정 담화 이후 대북전단 살포 비난 궐기대회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도발 수위를 조금씩 높여갈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완전 철거, 군사합의 파기는 물론 국지 무력 도발 등 여러 가지 패를 놓고 저울질할 것이다. 다만 미국을 직접 자극할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은 쉽사리 꺼내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행패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대화를 애걸할 이유도 없다. 담담하게 원칙을 지키며 무력 도발에는 즉각 반격 태세를 갖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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