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지는 ‘반기문 대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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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5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환영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대선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돼 온 반 총장은 이번 주 중 북한 평양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조만간 북한 평양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북핵 문제와 지지부진한 남북관계에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대외 접촉을 극도로 삼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의 면담 성사 가능성에도 국내외 관심이 집중된다.

친박계가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구도의 이원집정부제 개헌론까지 제기하면서 대망론이 더 거세졌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터키를 방문 중인 반 총장이 이르면 이번 주 내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연합뉴스가 유엔 소식통을 인용,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티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은 한반도의 안정·평화에 이바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떤 역할도 맡을 것이라고 항상 말해 왔다”면서도 “방북 계획에 대해선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지난 5월에도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하려다 바로 전날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번 방북이 성사되면 쿠르트 발트하임(1979년), 부트로스 갈리(1993년) 전 사무총장에 이어 유엔 사무총장으로는 세 번째 방북이 된다.

하지만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은 처음인 만큼 국내외의 기대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최고조에 달한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고, 진전 없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북핵뿐 아니라 북한인권법 등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으로서도 반 총장을 활용해 국제사회에 모종의 메시지를 던지려 할 개연성이 높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4차 핵실험을 시사하며 ‘맞불’을 놨지만 오히려 더 강한 압박만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 총장과 김 제1비서가 면담하고 각종 현안에 대한 해법 논의를 진전시킨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여의도 정가에서도 반 총장의 방북 성사 여부에 초유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마땅한 대선 후보군이 나타나지 않은 여권 친박계에서 제기해온 반기문 대망론의 정점을 찍을 수 있다. 반 총장이 김 제1비서와 직접 만나 성과를 낸다면 차기 대선에서 ‘통일·외교 대통령 후보’로서 단숨에 확고한 입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교감이 전무한 상태에서 방북을 추진했고, 성사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을 수행 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전혀 없었다.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방북한다 해도 대북 현안에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존재한다. 북한이 그를 선전용으로는 활용하겠지만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식의 근본적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망론 역시 현재의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증 성격이 강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반 총장이 정치권에 입성해 본격 검증을 받을 경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처럼 외곽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막상 정치권에 들어와선 주춤한 제3의 후보들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준구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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