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의 정치행위, 도를 넘었다

2019.09.08 20:36 입력 2019.09.08 20:51 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놓고 막판 숙고 중이라고 한다. 논란이 컸던 만큼 청문회를 지켜본 시민의 판단과 각계의 여론을 면밀히 수렴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조 후보자 임명 여부에 상관없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검찰의 행태다. 첫째, 검찰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나기 직전인 지난 6일 밤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조 후보자 딸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받은 시점이 2012년 9월7일이고, 6일 밤 12시에 공소시효(7년)가 만료되기 때문에 기소가 불가피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부산대 의전원 입학원서에 제출한 시점은 2014년 6월(공소시효 7년)이다.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끝나더라도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양형엔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당사자 조사 한번 하지 않고 서둘러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는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설령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한 셈이다.

둘째, 여권에서 ‘검찰권 남용’이란 비난이 나오자, 이를 반박하는 검찰발 보도가 나온 것도 석연치 않다. 7일 밤 SBS 뉴스는 “검찰은 정 교수의 업무용 PC에서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 업무용 PC는 검찰이 임의제출받아 분석 중인 것으로, 검찰 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이런 수사기밀이 기소 다음날 언론에 흘러나온 건 검찰이 구시대적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동양대 어학교육원장 등 부서장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원들로부터 여러 파일을 받았기 때문에 그중 일부가 PC에 저장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라고 했다. 지금으로서는 누구 주장이 맞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당사자의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고, 다른 관계자의 진술과 객관적 증거로 혐의 유무를 신중히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압수수색 3일 만에 이뤄진 기소는 과연 충분한 수사를 마치고 내린 결정인지 의문이다. 이 밖에도 검찰 아니면 볼 수 없는 자료들이 청문회상에서 돌고,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활용된 것도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대목이다.

검찰의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는 시기, 범위, 방법 등 거의 모든 부분이 통상의 관례에서 벗어나 진행되고 있다. 정치권의 검증에 앞서 수사에 착수한 것부터 검찰이 대신 검증해주겠다고 나선 것과 같다. 이런 검찰에 대해 뭐라 지적하면 ‘수사 개입’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면 도대체 검찰은 누구의 견제를 받는 것인가.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