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해찬의 진정성 부족한 사과… ‘公正’ 개혁 믿음 가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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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라고는 하지만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모두(冒頭) 발언에 조 전 법무부 장관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두루뭉술하게 몇 마디 사과를 하고는 곧 “내가 정치를 30년 넘게 했는데 이렇게 발목만 잡는 야당은 처음 본다”는 등 자유한국당 비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조국 사태는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 못지않게 조국 임명에 대한 여론의 반대가 많았음에도 청와대의 임명 강행에 제동을 걸지도 못하고 조 전 장관의 조기 사퇴를 유도하지도 못한 집권여당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이 대표는 어제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인신공격하는 것이 혁신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당 차원에서 진지한 반성을 하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 대표는 검찰이 조국 수사에 착수하자 “나라를 어지럽히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어제도 “이번 일로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오만한 권력을 다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부당한 수사라면 왜 조 전 장관 사퇴에 대해 이 대표가 사과까지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은 총선을 5개월가량 앞두고 이번 주 총선기획단 구성을 완료한다. 뒤늦게 형식적인 사과 몇 마디 던지고 총선 체제로 슬쩍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그런 자세로 청년들의 박탈감과 좌절감을 달랠 공정 개혁은 과연 가능하겠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집권당 대표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을 도우면서 동시에 국회의 주요 일원으로 대통령에게 민의를 전달하는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30년 넘게 정치를 한 사람답게 야당과 그 너머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은 검증되지 않은 대선 공약에 매달리기 쉽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더 그렇다. 그때 집권당 대표라도 나서 대통령에게 고언해야 한다. 그러기는커녕 이 대표 체제에서 집권당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 같은 곳으로 변해 야당과 싸우기만 하니 국회는 불신받고 국민은 광장으로 뛰쳐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이해찬#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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