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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해고지침, 노사갈등 줄인다? 확인해보니…

입력 2016-01-25 23:03 수정 2016-01-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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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양대 노동지침이 여전히 논란거리인데요.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일자리 위기를 극복해달라는 국민과 노사의 바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행정지침을 먼저 내놓게 됐다"고 했는데, 그러면서 또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기권 장관/고용노동부 (1월 22일) : 일자리 시장의 불확실성이라는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 현재의 점멸등을 누구나 지켜야 하는 4색 신호등으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1년에 1만 3000건 이상의 해고를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해 근로계약 관계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불확실성을 없애고, 해고를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정부지침이다. 실제 어떤지 오늘(25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볼 텐데요. 쉽지 않은 과제이긴 합니다마는, 김필규 기자가 독감에서 해방돼 오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이런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혼란이 심했고, 그래서 해고를 둘러싼 분쟁도 많았다,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런 주장인데요. 현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당한 이유'라는 게 애매하다 보니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구제신청이 매년 늘고 있다는 게 정부 이야기인데요.

5년 전 1만 건 정도였던 게 계속 늘어 최근 1만3천 건 가까이 됐습니다. 게다가 '노'측이든 '사'측이든 여기서 나온 결정을 못 받아들이면 법원까지 가게 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해 왔다는 거죠.

정부에선 그래서 노사 모두를 위해 과거 판례를 바탕으로 '정당한 이유'에 대한 기준, 즉 일반해고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이번 지침으로 그러한 갈등이나 비용이 줄어들 것이냐가 관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부분을 팩트체크해야 하는 거겠죠?

[기자]

하지만 오늘 취재해 본 노무사, 변호사, 교수들의 이야기는 그런 기대와 좀 달랐습니다. 들어보시죠.

[이한/변호사 : (일반해고라는) 통로를 활용하려고 이제 기업이 많이 시도하겠죠. 예전에는 활용되지 않던 통상해고 통로로 (저성과가) 활용이 되니까 분쟁이 늘어날 테고. 원래는 그런 행정관청, 행정부 수준에서 해결되어야 할 사회적 분쟁이 법원으로까지 가야 하는.]

분쟁 건수도 늘고 정도도 심해질 거란 이야기인데, 기본적으로 이 정부지침이 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우리 헌법상 보면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면 근로조건은 뭐냐, 현행법에서 임금, 근로시간, 복지와 함께 해고도 근로조건으로 보고 있거든요.

그럼 당연히 해고 관련된 기준도 법으로 정해야 하는데,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양대지침은 법이 아닙니다. 그냥 정부가 '이거 참고해서 따르라' 하는 거라 법적 효력이 없고, 그래서 실제 기업이 이를 기준으로 해고를 진행할 경우, 소송이 잇따를 수밖에 없는데요.

소송은 소송 당사자만 구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소송에 나서면 더 큰 갈등과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으니까 정부가 나름 답답해서 이렇게 했다곤 하나, 가장 명확한 것은 법률로 해야 하는데 지침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줄소송이 걸릴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 이것은 과거에 통상임금을 정할 때나 마찬가지인데, 그때도 그런 상황이 많이 발생해서 사회적 비용이 굉장히 크게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이 경우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정부가 1988년에 '통상임금 산정 지침'이란 걸 만들어, 법에 나와 있지 않은 정기상여금과 고정적 복리후생금은 통상임금에서 빼도 된다고 했거든요.

기업들은 25년 동안 이를 따라왔는데 3년 전 대법원에서 '어차피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주던 걸 왜 빼느냐, 넣어라' 판결을 내리면서 이 지침이 무력화됐습니다.

일단 그러자 기업마다 새로 임금단체협상하느라 진통 겪고, 또 이 지침 때문에 노동자 입장에선 그동안 못 받은 돈까지 소급해달라는 소송도 줄줄이 나오고, 재계에선 이로 인한 비용이 38조 원에 달한다고도 봤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박지순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 통상임금의 경우 사실 우리는 굉장히 큰 트라우마를 맛봤어요. 노동부가 해야 할 일은 (행정) 지침이 법률이나 판례에 반하지 않도록 변경하고 고칠 건 고치고 바꿀 건 바꿔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최대 희생자는 근로자와 사용자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통상해고지침도 그런 전례를 밟아서는 안 된다.]

[앵커]

그렇다면, 이기권 장관께서는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 대안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그 대안이 오히려 분쟁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라는 얘기잖아요?

[기자]

게다가 그 해고 관련 분쟁이 왜 늘고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에서 고용보험을 상실한 사람들 숫자를 바탕으로 해고자 수를 산정해 본 게 있습니다. 해고자 수는 정식 통계가 없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는데요.

예전에 80만명 수준이던 게 점점 올라 최근 이렇게 90만명을 향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또 누락된 숫자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러니 앞서 보신대로 노동위원회에 접수되는 해고 관련 분쟁이 점점 많아지는 것. 이게 이 장관 말대로 명확한 해고 기준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전체 해고 건수 자체가 많아져서 그런 건지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이 장관이 이번 일반해고 지침 두고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 설치한 4색 신호등"이라고 했죠?

신호등이 불필요한 곳에 있거나, 또 오작동할 경우 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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