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변수' 정무위 살얼음판 진행, 사퇴요구는 일축

[the300](상보)"김일성 외삼촌 독립운동 인정되나" 박 처장도 진땀

김성휘,세종=정진우 기자 l 2016.06.28 19:32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진복 정무위원장(가운데)과 여당 간사인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왼쪽 두번째)와 야당 간사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과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왼쪽 첫번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업무보고를 거부해 박 처장은 업무보고를 서면으로 대신 했다. 2016.6.28/뉴스1

국회 정무위원회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둘러싼 논란에 28일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롭게 진행됐다. 야당이 해임촉구 결의안을 제출할 정도로 박 처장에게 거부감을 보여 왔고 보훈처가 2012년 김일성 외삼촌인 강진석의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 훈장을 준 사실이 새롭게 논란이 됐다.

야권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국가보훈처 등의 정무위 업무보고 중 박 처장의 업무보고를 들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이 3당 간사의 협의를 지시한 결과 질의응답을 위해 박 처장이 자리를 지키되 처장의 업무보고는 듣지 않기로 했다. 보고는 문서로 대신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앞서 23일 박 처장 해임촉구 건의안을 공동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보훈처가 올해 6·25 기념행사로 옛 전남도청 앞 제11공수특전여단 행진을 계획했던 일 때문이다. 11공수여단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부대다.

시작부터 긴장이 커진 가운데 야당은 박 처장의 사의표명을 종용했다. 박 처장은 지난 19대 국회에도 정무위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회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식 기념곡 지정을 보훈처에 요구했지만 무산됐고 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은 2012년 대선기간 편향된 내용으로 진행됐단 의혹에 논란이 컸다.

김관영 국민의당 간사는 '보훈은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정신적, 사회적 인프라'라는 국가보훈처 홈페이지 문구를 인용하며 "박 처장은 국민통합은커녕 국민분열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다음주 화요일 결의안 표결 통과가 확실시된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도 상식 선에서 순응하겠죠"라고 물었다.

박 처장은 "사퇴해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해임촉구 결의안에 대해 "임을 위한 행진곡 여론수렴 과정에서 국민 의견 찬반이 첨예해서 (기념곡 지정) 수행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국민의 생각은 국회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단 보훈처가 김일성 일가에 훈장을 준 사실은 박 처장도 당황하게 했다. 앞서 민족문제연구소는 보훈처가 박 처장 취임 후인 2012년 애국지사 198명 포상시 강진석을 건국훈장 애국장 수훈자에 포함했으며 그가 김일성 가계란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강진석은 김일성의 모친 강반석의 오빠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6.28/뉴스1


박 처장은 "포상 결정 후 민원이 제기돼 다시 자문회의가 구성돼 확인했고, 해방 이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김일성과 연관 지을 수 없고 독립운동 공적은 인정돼 유지로 결정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2010년 김일성 삼촌인 김형권도 포상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실은 여야간에도 민감한 논란을 촉발했다. 박용진 의원은 "그 기준대로라면 1932년 사망한 강반석도, 1924년 사망한 (김일성 아버지) 김형직도 대상자가 된다"며 "독립운동에 공이 있다고 해도 통일까지는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공적 심사위원들은) '북한 같으면 출신성분을 따지겠지만 이게 민주주의 아니냐'는 의견으로 추서한 걸로 보인다"며 신중론을 폈다.

논란이 커질 조짐에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은 "정확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박 처장에게 요구했다. 박 처장은 "국가 정체성과 저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라며 "충분히 검토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호 더민주 의원은 "박 처장 행태와 언행에 문제가 있는데도 박 처장이 (이런 상황을) 좀 즐기는 것 같다. 그냥 계속 하시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KB국민은행 등 6개 시중은행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담합에 대해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고 합의유보됐다"고 밝혔다. 합의유보란 결론을 내지 않고 추후 재합의한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30일 이를 다시 논의한다.

정 위원장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건은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한진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조사 건은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롯데기공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무위는 29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업무보고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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