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근로자이사제를 둘러싼 논란

정원호 ㅣ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10일 서울시가 근로자대표가 이사회에 참가하는 근로자이사제의 도입계획을 발표하고, 경총이 즉각 이에 반대하는 경영계 입장을 발표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당연하고 또 필요하기도 하다. 이 제도의 찬반을 떠나 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성숙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필자의 기본 입장이다.

[기고]근로자이사제를 둘러싼 논란

필자는 독일에서 유학할 당시 마침 근로자이사제(독일말로 ‘공동결정제’) 지원이 핵심업무인 한스-뵈클러재단의 장학생으로서 이 제도에 대해 익히 듣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서울시와 경총의 발표에 특별한 관심이 가서 양자의 발표내용(서울시의 ‘보도자료’와 경총의 ‘참고자료’)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독일이 이 제도의 원조 국가이기에 양자 모두 독일사례를 인용했는데, 안타깝게도 경총의 ‘참고자료’가 사실 인용에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어떤 입장이나 주장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하지만, 근거 사실에 오류가 있어서는 안되기에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그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독일의 공동결정제에 관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먼저 독일 기업의 이사회는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로 이원화돼 있다. 공동결정제는 근로자대표가 감독이사회에 참가하는 것으로서, 우리와 같은 단일이사회 구조에서 비상임이사로 참가하는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다음으로 독일의 공동결정제에는 세 가지 모델이 있는데, 광산·철강 분야 1000명 이상의 기업에서 동수의 노사대표와 중립적 인사가 추가로 참가하는 모델(광산모델), 2000명 이상의 기업에서 근로자 대표가 2분의 1 참가하는 모델(1/2 참가모델)과 500~1999명 기업에서 근로자대표가 3분의 1 참가하는 모델(1/3 참가모델)이 그것이다.

경총의 ‘참고자료’는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을 반대하면서 독일에서도 공동결정제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독일 사례 인용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 ‘참고자료’는 독일산업협회(BDI)의 전 회장이 공동결정제를 “역사의 오류”라고 비판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그 비판의 정확한 대상은 2분의 1 참가모델일 뿐, 공동결정제 전체가 아니다. 위 협회는 공식적으로 3분의 1 참가모델을 지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영자단체장들 중에는 2분의 1 참가모델을 옹호하는 사람도 있고, 무엇보다도 이 모델이 보수당인 기민당(CDU)의 사무총장이 주도한 위원회가 입안해 의회에서 389 대 22의 압도적 찬성으로 도입됐는 점을 첨언하고자 한다.

둘째, ‘참고자료’는 “근로자이사제에 대한 독일경제연구소의 조사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다소 의도성이 보이는 더 심각한 오류를 갖고 있다. 참고자료는 “공동결정이 기업에 부정적(37.8%)이라는 견해가 긍정적(34.2%)이라는 견해보다 많다”고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원래의 조사는 경영자를 대상으로 2분의 1 참가모델과 3분의 1 참가모델 모두에 대해 실시됐고, 위의 결과는 단지 2분의 1 참가모델에 대한 조사결과일 뿐이다. 긍정적 견해(56.5%)가 부정적 견해(19.4%)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는 3분의 1 참가모델에 대한 조사결과는 누락돼 있는 것이다.

이처럼 ‘참고자료’는 위 조사의 여러 조사항목 가운데 3분의 1 참가모델에 대한 결과는 모두 누락하고 있는데, 특히 “공동결정이 의사결정의 품질에 긍정적이라는 견해가 부정적이라는 견해보다 많다(1/2 모델 36.3% 대 20.1%, 1/3 모델 54.8% 대 12.9%)”는 조사결과는 아예 전체를 누락하고 있다.

따라서 경총이 잘못 인용한 독일 사례들을 올바르게 평가한다면, 독일 경영자들이 2분의 1 참가모델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적이지만, 공동결정제 전체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나아가 일반국민들은 공동결정제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데,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동결정이 긍정적이라는 견해가 88%인 데 반해 부정적이라는 견해는 10%에 불과하다. 물론 사회제도는 그 사회의 여건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독일사례가 절대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참고사례로는 의미가 있는데, 그때도 올바른 사실에 입각해 시사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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