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보은·품앗이채용'…보좌진 채용 천태만상

[the300][런치리포트-의원과 보좌관]①말많은 의원 보좌진 채용, 어떻길래

김태은 기자 l 2016.07.01 05:50



#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았던 A의원은 당선이 확정되기도 전에 당내 권력자 B로부터 보좌진 두 명을 '낙점'받았다. B의원은 보좌진을 A의원실로 보낸뒤, 또다른 지인을 보좌진으로 채용했다. 다른 비례대표들도 비슷했다. "비례대표에는 으레 당에서 보좌진을 내려보낸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남동생, 남동생의 처남, 시동생, 조카……. 지난 국회 C의원실에는 7명의 보좌진 중 4명이 의원의 친인척으로 채워졌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월급만 해도 1년에 2억원 가까이 된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쓰이는 비용이다. C의원실은 '가족 의원실'로 유명했다.

#D의원의 아들은 18대 국회에서는 E의원실에서, 19대 국회에서는 F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채용돼 일했다. E,F 의원 모두 D의원의 힘으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사례다. D의원 아들은 의원실에서 경력을 쌓아 국무총리실 4급 서기관으로 특채됐다. 

최근 국회의원의 보좌진 친인척 채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여론의 비난이 거세다. 국회의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국회의원 보좌진 자리가 의원 개인의 사익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드러난 친인척 채용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편법 채용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원실이 '또하나의 가족'

친인척 채용은 국회의원이 신뢰할 수 있는 스태프라는 명목이 앞세워진다. 국회의원의 잡다한 내부 사정을 공유하고 돈관리를 마음놓고 맡길 수 있다는 이유다.

친인척 보좌진 채용이 국회의원의 음성적인 자금 관리 등 탈법과 불법 행위 은폐로 이어지기도 한다. 로스쿨에 다니는 자신의 딸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물의를 빚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딸의 보좌진 월급을 자신의 후원금으로 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의원 보좌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회의원들이 친인척은 물론 지인들의 청탁에 의한 낙하산 채용도 비일비재하다. 선거에서 도와준 지역 유지나 후원회장,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진 의원 등의 자녀들을 보좌진으로 임명하는 이른바 '보은채용'이다.

한 3선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선거 때 '내가 지역 조직 표를 몰아줄 테니 당선 후 몇 급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지역 사무소에서 채용된 보좌진들의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보좌진 명함만 파고 실질적으로 업무는 거의 하지 않아 그야말로 세금이 엉뚱하게 낭비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당선 도와주면 의원실 취직 좀…'

국회의원 개인의 뜻과 무관하게 보좌진을 떠안게 되는 사례도 있다. 유력 정치인의 이른바 '딸린 식구'들이나 당직자로 소화되지 못하는 인력들에 대해 의원실 보좌진으로 자리를 마련해주는 경우다.

이들은 대부분 초선이라 국회나 당 사정에 어둡고 자신의 공천을 쥐락펴락한 당내 권력자의 말을 거부하기 힘든 처지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의 요청에 따른 보좌진 채용에 응한다.

국민의당의 경우 당직자들이 대거 당 소속 의원실의 보좌진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다수가 비례대표에 정치경험이 적은 초선이어서 당무 경험을 쌓은 당직자들의 보좌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고려도 있었다. 

한 정당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보좌진을 채용할 때 특별한 절차나 규칙에 따를 필요없이 임의적으로 채용하는 방식이 문제"라며 "채용 과정이 투명하다면 보좌진 자리를 이용한 편법 사례가 상당수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갑수 입법정책연구회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보좌관 제도는 친인척이나 가족의 충원 문제, 보좌업무 분업화 등의 문제점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전문성이나 기능에 있어 제도적 발전이 매우 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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