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히말라야를 처음 찾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걱정하시는 고산증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합니다.잘 알아야 잘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겠죠? 전남 의대 산악부OB 조석필 대장님께서 알려주시는 고산증 바로 알기! 지금 시작합니다.

1. 고산병이란 무엇인가

고산병은 병이 아닙니다. “집 떠나니 고생이다”라는 개념입니다. 굳이 정의하자면 “우리 몸이 고소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증상”이 고산병 입니다. 고도계 바늘이 3,000을 넘으면서부터 슬슬 머리가 아파오고, 입맛이 떨어지며, 숨이 가빠지는 뭐 그런 것들입니다. 고도가 4,000~5,000을 넘어가면 열에 다섯은 ****그런 불편한 일들을 경험한답니다.

고산병은 왜 생기나

“고산병이 왜 생기는가?”하고 물으면 흔히 “산소부족”하고 대답합니다. 5,500미터에서는 공기 중의 산소가 절반으로 줄고, 에베레스트 꼭대기에서는 삼분의 일 수준으로 떨어진다니까 그럴 듯 합니다. 그렇지만 산소 결핍이,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원인의 전부는 아닙니다. 고산병 환자에게 산소 치료는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으나, 하산은 언제나 효과적입니다. 고산병의 총체적 원인은 산소 결핍이 아니라, ‘고소 그 자체’ 입니다.

어떤 사람이 잘 걸리나

고산병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기는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팔천 미터를 오르도록 ‘웬 고산?’ 하며 끄떡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사람이 ‘웬 고산?’ 인지 미리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고산병에 민감한가 그렇지 아니한가 하는 것은 완전히 개인적이고 체질적인 것입니다. 감수성에 성별, 연령별 차이도 없습니다. “나는 체력이 강하므로 고소에서도 끄떡없을 것이다”라는 생각도 착각입니다. 고소에서 잘 견딜지 그렇지 못할지를 아는 딱 한 가지, 스스로 고소에 올라가 보는 것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분명한 사실은 고산병이 체력이나 정신력과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많은 사람들이 고산병에 불편을 겪으면서도 “이것도 못 참으면 체면이 말이 아니네” 라는 생각으로 입을 다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자존심이야말로 고산병이 가장 좋아하는 함정입니다. 고산병은 한번 진행하기로 마음먹으면 무섭게 빠른 속도로 생명을 위협합니다. 체면 때문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서야 되겠습니까. 다행히 고산병에는 ‘과로금지! 탈수금지!’ 라는 예방책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하산!’이라는 놀라운 해결책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끙끙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닙니다. “병은 자랑해야 낫는다.”는 옛말이 딱 맞는 경우가 바로 고산병이고, 충분히 주의만 한다면 별 것 아닌 것이 고산병 입니다.

어떤 일이 생기나? (증상)

고산병의 증상은 다양하며 그것들이 내포하는 의미도 제 각각입니다. 그냥 견뎌도 되는 상태가 있는가 하면(고소증), 어디로 튀는지 감시해야 하는 단계가 있고 (급성고산병), 즉각 조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고소폐부종과 고소뇌부종). 그래서 증상들을 잘 ‘읽어야’ 합니다고산병인지 아닌지, 심각한지 사소 한지 알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무슨 일이 생기냐고요?

슬슬 머리가 아파 오고, 입맛이 떨어지며, 숨이 가빠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지럽거나 잠이 안 오기도 하지요. “고소를 느낀다.”고 표현되는 이런 것들은 일단, 그냥 견뎌도 되는 가벼운 증세로 분류 됩니다. 히말라야를 받아들이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것이지요. 그렇지만 머리가 욱신욱신 아프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병’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물론 단순히 과로에 의한 두통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자고 일어난 아침까지 두통이 가시지 않는다면 그건 고산병 입니다. 두통은 고소에서 가장 흔한, ‘친구’같은 증상이지요. 등반 중에는 누구나 숨이 가쁩니다(이건 병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휴식 시간에도 ‘쌕쌕쌕쌕’**하는 사람이 있답니다(이게 병입니다!). 가슴이 답답하기 까지 하면 거의 확실하지요. 기침은 대부분 차고 건조한 공기 자극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가끔 흉부감염이나 고소폐부종에 의한 기침이 있기도 합니다. 손, 발이 붓는 것은 대게 물리적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시간 동안 팔을 흔드는, 즉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하면 그리 됩니다. 배낭끈이 조여서 그럴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눈 주위가 붓기 시작하면 고산병을 의심합니다. 온 얼굴이 퉁퉁 부었다면 폐부종이나 뇌부종을 감시할 필요도 있습니다. 소변량까지 줄었다면  특히 그렇습니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소변을 찔끔거리고 있다면 ‘충분히’ 걱정하세요. 그래야 합니다. 그나저나 그 많은 물들은 대체 다 어디로 갔을까요? 십중팔구, 얼굴이나 폐에 쌓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의미 있는 증상들을 복습해 볼까요?

자신이 ‘고소 체질’인지 아닌지 알려주는 것은 밥맛과 오줌입니다. ‘잘 먹고 잘 싸면’ 쾌청이지요. 고산병의 ‘심각한 정도’를 알려주는 증상은 두통과 숨가쁨입니다. 특히 쉬는 시간에도 쌕쌕거리는 것이 좋지 않답니다. 마지막으로, 응급상황을 예고하는 신호가 2가지 있습니다. **사람이 믿을 수 없도록 게을러지고 무력해지는 쇠약권태 (고소폐부종을 의미합니다)와, 운동실조(고소뇌부종을 의심합니다)**가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