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충격 휩싸인 여권

‘선거 여왕’ 첫 참패…국정동력 ‘휘청’

이용욱 기자

국회 ‘충성 세력’ 장악 실패

막장 공천 책임론 부각돼

청와대는 13일 지상파 방송3사의 4·13 총선 출구조사에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예측되자 당혹스러워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노동 5법 등 주요 국정과제가 주춤거리는 등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했다. 선거 참패 주요 원인이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막장 공천으로 지목되는 등 ‘청와대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으로선 처음 맛보는 참패인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말을 잃었다.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충성 세력’으로 채워진 새누리당의 과반수 확보를 근거 삼아 후반기 국정을 수월하게 운영하겠다는 구상이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낼 것”이라며 끝까지 국정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현실은 정반대가 됐다.

불과 1년10개월 남은 임기를 감안하면 국정동력 상실은 불 보듯 뻔하다.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어둡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공천 파동을 주도한) 이한구 의원(공천관리위원장)이 사실상 야당 선대위원장 노릇 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장 청와대가 밀어붙였던 노동 5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쟁점법안들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청와대와 친박들은 공·사석에서 “20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제일 먼저 손보겠다”고 밝혀왔지만, 이 역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소야대’가 되면 외려 여권이 국회선진화법에 매달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의 권위 추락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야권 심판론을 제기하고, 최근까지 격전지에 위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는 등 선거개입을 해온 터다. 전날 국무회의에선 “민생 안정과 경제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만 한다”고도 했다. 이날도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재킷을 입고 한 표를 행사했다. 그런 만큼 예상 밖 참패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으로 각인되는 분위기다.

우선 청와대에 눌려 있던 새누리당이 독자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김무성 대표와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 등 비주류 대선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 김무성계인 김영우·김성태·김학용 의원, 유승민계인 이혜훈 의원 등 당선자들도 부담스러운 존재다. 일부 진박들이 살아 돌아왔지만, 초선인 이들의 정치적 역량은 비주류들에 비해 미약하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가 흔들리고, 부산·경남에 구멍이 뚫린 것도 부담거리다. 대구 진박들은 청와대 지원을 받고서도 선거 내내 무소속 후보들과 어려운 싸움을 벌였다. 부산·경남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사상 유례없이 약진했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 20대 총선 당선자 및 득표 현황 (14일 04시 30분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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