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청와대, 돌연 “야당 의원 방중 재검토해야” 공세

이용욱 기자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7일 춘추관에서 사드 관련 중국 관영매체 보도와 더불어민주당 의원 방중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7일 춘추관에서 사드 관련 중국 관영매체 보도와 더불어민주당 의원 방중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7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비판을 두고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인민일보가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판했을 때도 “외교부에서 입장을 낼 것”이라며 침묵했던 청와대가 직접 나선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라고 적시했지만, 사실상 중국 당국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어 파장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의 중국 방문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요구했다.

■사드 논란 최전선에 선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발표한 ‘중국 관영매체 보도와 더민주 의원 방중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지속적인 도발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에서 사드 배치 결정이 이러한 도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등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비판에 청와대가 공식 대응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표면적으로 이날 청와대 대응은 “(북 미사일 발사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항의로 해석할 수 있다”(신화통신,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도발이 사드 탓’이라는 주장은 국내 여론이 정서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콕 짚어 문제 삼은 것이다.

더민주 의원 6명의 8일 방중 계획을 두고도 ‘중국 측 입장 강화 및 내부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 수석은 “위중한 안보 이슈와 관련해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 역할이고 정부와 사전에 협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웃 국가들 눈치를 보는 것이 위중한 안보 이해를 앞설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새누리당에 이어 청와대가 나서 사드 배치 문제를 국내 정쟁으로 몰고 있다”며 “청와대 간섭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치적 승부수…국면전환용

청와대의 돌연한 입장발표를 두고,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야당 초선 의원들 방중에 대한 비판여론 등을 고리 삼아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 내에서도 이견이 제기되는 등 초선 의원들 방중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상황을 감안했다는 풀이다.

청와대로선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의 적절성 등 본질적인 논란 대신 방중 문제로 여론 초점을 돌린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또 “(사드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새 지역이 있다면 면밀하게 조사·검토하겠다”는 박 대통령 언급으로 촉발된 ‘제3 후보지’ 논란도 가라앉을 수 있다.

청와대가 중국 반발을 무릅쓰고 중국 매체들을 정면 비판한 것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자국 매체를 동원해 한국을 거칠게 비판하는 중국 당국을 향해 “지나치다”고 경고한 것일 수 있다. 정부를 중심으로 무조건 단결해야 한다는 국내용 메시지일 수도 있다. 외교안보 위기에서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안 보인다는 비판도 의식했을 법하다.

근본적으로는 침묵하던 청와대가 북핵 압박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중국 태도를 직접 거론하며 사드 배치는 상관할 문제가 아니라고 정면 반박한 것이어서 이 문제를 심각한 안보 침해로 보는 중국과 정면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사드 배치 적절성 논란은 그대로인 데다 외교안보 위기 국면이 심화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이날 대응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오던 청와대가 복잡한 외교적 사안을 국내 정치적 의도로 활용한 것일 경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그 점에서 청와대의 돌연한 입장발표가 정부 외교안보 부처나 라인과 조율된 것인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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